요즘 붓꽃 아이리스 라고 하는 꽃이 한참입니다
고흐의 그림에도 '아리리스' 꽃그림이 있죠
요즘 우리 집에는 위생관념이 아주 투철한 잔소리꾼이 두 명 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위생에는 신경 쓰고, 음식도 조금씩 해먹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잔소리 공세에는 도무지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부녀가 함께 쌍으로 저를 몰아붙이면, 그냥 아무 말 없이 넘어가게 되죠.
딸애는 건강할 때도 가끔 냉장고를 뒤져서 지난 소스나 기한 지난 샴푸 같은 생활용품을 꺼내놓고는 버리라고 합니다. 뭐, 그건 좋은 일이죠.
그런데 문제는“사놓지 말고 바로바로 써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사놓고 기한이 지나서 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각자 자기만의 샴푸, 자기만의 소스만 고집하니, 많이 사지도 못하고 딱 필요한 것만 사야 하죠. 비싸더라도 소량씩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게 됩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예요. 냉장고에 들어간 건 잘 안 먹으니, 딱 한 끼, 잘해야 두 끼 정도 먹을 양만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그게 항상 계획대로 되나요?
조금이라도 남기면 결국 제가 온갖 잔소리를 들어가며 “잔반 처리반”이 되어 먹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도 다른 집보다 훨씬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우리 아들이 버리는 테이크아웃 음식만 해도 상당하거든요.
제가 뭔가 실수라도 하면, 두 사람이 쌍으로 비아냥대는 순간 멘탈이 아주 흔들립니다.
장난처럼 말해도 둘이 동시에 쏘아대면 너무 화가 나죠.
그래서 요즘은 아까워도 그냥 과감히 버리게 되었어요.
그런데 친정에 가면 상황이 또 정반대입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그릇도 아니고 봉지 봉지 쌓여 있는 음식 재료들.
곰국처럼 한솥 끓인 음식이 덜어먹고 남은 조금의 국이 있는 냄비가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국이야 한꺼번에 끟여서 덜어먹는다고해도 덜어먹고 남은것은 버려야죠
그것도 못 버리고 그냥 넣었다가 다시 꺼내서 또 데워먹는 모습에 경악해서 제가 버렸더니
지난번은 모녀가 쌍으로 덤벼 들더군요.
여동생은 버린다고 소리 지르고, 엄마는 아까운줄 모르고 버린다고 잔소리하고. 에휴…
그 결과가 췌장이 약한 소화기관이 안좋은 엄마는 맨날 배 아프고 살이 쪽쪽 빠지는 거죠.
엄마가 몸이 약해지셨으면, 노인네 성격에 버리는것 싫어하니 적어도 동생이라도 조심해야 하는데, 몰래 버리고 새로 끓여주면 될 걸, 귀찮다는 이유로 그대로 두고 먹는 거예요.
그 설거지가 귀찮아서요.
설거지가 귀찮으면, 음식도 해먹지 말고 그냥 나가서 사먹어야 하이 맞죠.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요.
그게 오히려 논리적으로 맞는 방식이에요.
집에서 해먹을 거라면 당연히 설거지는 기본으로 잘해야죠.
그런데도 어쩌다 보니, 저는 대충 산다는 이유로 집에선 부녀에게 트집 잡히고,
친정에선 위생에 민감하게 굴며 자꾸 버린다고 “지나치게 깔끔 떠는 사람”이 되어버렸네요.
동생은 작년에 상한 고기로 음식을 해서 식중독까지 일으켰는데도 여전하고,
그걸 “아끼는 거”라며 감싸는 엄마는, 정작 본인의 건강이 나빠지는데도 동생 편만 듭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죠.
식중독은 동생 본인이야 젊고 건강하니 약 먹고 털고 일어났지만,
엄마는 이제 그런 걸 버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잖아요.
제가 그 얘기를 꺼냈더니, "그게 언제적 얘기냐"며 되려 화를 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