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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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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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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리고 아웅~


BY 그대향기 2010-10-06

 

 

낮에 직원하고 할머니들 점심을 준비하다가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하게됐다.

나는 나 살아 온 이야기 직원은 또 자기 살아 온 이야기.

단막극처럼 토막토막 이어지는 유년시절의 기억들이나

결혼 후에 아이들 키우던 이야기 남편하고의 갈등이나 화해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연속으로 해 대면서 즐겁게 점심준비는 잘 이루어졌다.

 

오늘 점심 메뉴는

묵은지 고등어 졸임과 잡채 그리고 꽈리고추 쪄서 무치고 생새우 무국 기본 반찬 몇가지.

일손 바쁜 잡채가 들어 있어서 다른 때보다  일손을 부지런히 놀리면서도

이야기는 이어졌고 직원은 유난히 잘 웃는 편이라 연신 깔깔거리며 일을 했다.

그 직원은 내가 성격적으로 남을 잘 웃게 하고 일은 즐기면서 하는 편이라며

선임자인 나를 잘 따르는 편이다.

 

나이는 나보다 열살이나 더 많은사람이지만

선임자인 나를 잘 따르고 내가 17년차 경력자라며 깍듯이 대접을 하는 사람이다.

평소에 내가 사람을 피곤하게 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일을 하면서도 늘 낄낄거리게 만들고 하하호호....

하루 온 종일 웃고 웃기고 싱겁을 떨며 일을 한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아쉬운 점 하나.

직원은 어떤 상황이 본인한테 불리하게 돌아가게 되는 경우

본인이 금방 한 말에 대해서 전면 부인을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차라리 인정을 하고 실수에 대해서 사과를 하면 참 좋으련만

억지에 가까운 시치미를 딱 떼고 불리하면 전면 부인을 하고 나선다.

 

내가 언제???

난 모르는 일인데???

 

사건 하나... 식기소독기에 내가 불을 켜 놓은 상태에서 직원이 컵을 내고 문을 꼭 안 닫아서

                  소독기에 불이 안 들어왔을 때 내가  불이 켜 있는지 확인하고 문 단속을 일러주면

                  "아까도 불이 안 들왔던데?????"

                  본인의 실수를 인정 안한다.

사건 둘.......식용유를 사용하고 뚜껑을 늘 안 닫는 직원

                  혹시 실수로 넘어지기라도 하면 식용유가  흐르는 것이므로 늘 닫기를 당부해도

                  번번히 안 닫혀있고 내가 닫았냐고 확인하면

                  "닫았지....아까 다 쓰고 분명히 닫았지........"

                  그럴 경우를 생각해서 안 닫힌 식용유병 들이밀면

                  "어~엉~이게 왜 안 닫혔지?

                   분명히 닫았는데.........."

사건 셋......회관이 넓다보니 그 직원은 청소를 거의 담당하고 있고

                 나는 식사나 남편의 큰 작업을 같이 동행해야 하는 전천후 주방장이다.

                 회관에 손님들이 찾아 올 경우 방들을 청소해 둬야 하는데

                 방을 지정해 주고 어느어느 방 몇개를 청소해 둘 것을 지시하면

                  다...해 놓았노라고 한다.

                 일을 마치고 확인 차 그 방들을 둘러보면 안되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안 된 것을 확인하고 아직 안돼 있네요....그렇게 질문하면

                 " 다 해 놨어요.걱정하지 마세요."

                 걸레를 들고 연방 내가 닦으면서 전화를 해도 다 해 놓았단다.

                할 수 없어서 본인이 와 줄것을 요구하면 와서 보고는 하는 말

                "이상하다..다 해 놨는데.....아~~해 놓으려다가 이것만 빼 먹었나보네..헤헤헤헤"

 

이 외에도 이 비슷비슷한 사건사고들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자꾸 확인이 된다.

믿고 안 그러고 싶은데 한두번도 아니고 자꾸 이런 비슷한 일이 발생하다보니

남편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눈치다.

행사 전에 청소를 부탁 해 두면 꼭 몇 군데는 안 하고도 했다는 통에

재차 삼차 확인을 해야하고 거듭거듭 일을 반복해서 일러줘야 하니

서로가 별로 유쾌하지 못하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좀 더 솔직해지고  안 했으면 안했다고 그래야 실수가 없다고...

목사님이나 다른 손님들이 오셨을 때 청소가 다 된 방이라고 모셨다고 치자구~

모시고 간 우리도 몸둘바를 모르는 일이 생기지만 가신 분도 뜨악~한 표정이시다.

평소에는 일도 잘 따라하고 싹싹한 성격인데 일처리면에서는 자꾸 꽤를 부린다.

이 곳에 오기 전에는 병원에서 간병인 일을 했다고 그랬다.

그래서 그런지 눈치 하나는 백단이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일이나 본인의 이익에 관한 일에는 그 누구보다도 재빠르다.

다소 굼뜨고 할머니들 우선으로 생각하는 나하고는 전혀 다른.....

가끔 토요일 오후에는 고구마나 감자 등으로 한끼씩을 해결하는 일이 있다.

그럴 때   할머니들 보다 최우선으로 자기 것을 빼 놓고 하다가

나한테 지적을 받은 적이 몇번있었다.

"우린 할머니들을 모시는 사람들인데 왜 할머니들보다 먼저 우리 먹을 것을 챙겨요?

 할머니들이 다 가져 가시고 나면 우린 그 나머지로 분배해도 돼요.

 앞으로는 그런 일 하지 마시고 기다리셨으면 좋겠어요."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지적을 해 주기를 몇번.

그래도 아직 그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가끔은 나 안보는 사각지대라 생각하고 챙기기를 하는 모양인데 천만에 만만에.ㅎㅎㅎㅎ

난 뒷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다는 거~!!!!

안보는 척..못 보는 척..하고 얼마......나 지나서 그러지 말기를 부탁한다.

그 당장에 이야기하면 자존심 엄청 상할 것 같아서 얼마쯤 지난 다음 이야기를 해 준다.

이야기를 안하고 지나가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되면 그 사람의 생활전반에

악역향인 줄도 모르고 키우게 되니까.

 

천성적으로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데 약은 꽤를 가끔...ㅎㅎㅎㅎ

그래도 바지런하려고 노력은 하는 사람이라 곁에 두고 일하기에는 크게 나쁘지 않다.

나이 환갑에 그래도 청소라도 해서 혼자 입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

남편이나 나나 웬만하면 눈 감아주고 혼자 사는 외로움을 위로해 준다.

가끔은 감동의 눈물도 나게 해 주고...

작은 선물 꾸러미도 건네주면서 나이에 비해 잘 하시는 거라며 칭찬은 하지만

좀 더 성실히 자기 일에 실수가 없었으면 좋겠고

사람을 앞에 두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거짓말만 안해 줬으면 참 좋겠다.

그래야 실수를 막을건데 참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