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은행잎을 보며 / 김미애
후두둑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보니 길가에 일렬로 늘어선 나무에서 노란 은행잎이 속절없이 흩날린다.
도로 가에 즐비한 은행나무들이 저마다 성장속도가 달라서인지, 어떤 나무는 아직도 노란 은행잎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데 성미 급한 나무는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겨울나기를 위해 바람의 힘을 빌어 온몸을 비비 꼬아 툴툴 털어버린 은행잎들이 발밑을 덮거나, 도로에 내려앉았다가 이리저리 떠밀려간다.
온다, 안 온다, 아카시아 점을 치듯 노란 은행잎들이 한 잎 한 잎 고개를 떨구며 님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젠 잎이 다 지면 오시려나, 온몸을 비틀어 가지에 달린 잎들을 떨구는 것처럼 은행잎들이 꽃비가 되어 쏟아졌다.
전봇대 옆에 자리잡고 앉아 콩나물 파는 아주머니도 푹신한 은행잎 방석을 깔고 앉아있다.
아줌마의 궁둥이 밑에 깔린 은행잎들이 낑낑대며 궁둥이를 밀쳐 보려 하지만 세월의 묵직한 두께에 눌려 꿈쩍도 못한다.
중년의 나이에도 문학소녀의 꿈을 줍는, 도로 건너편의 '홍삼나라'아줌마
한 잎 한 잎 주워든 고운 은행잎을 코밑에 대어 본다.
그윽한 눈길로 주워든 은행잎을 바라보며 세월의 강을 건너고 싶었을까?
종이 비행기가 날 듯 너풀거리며 날아든 은행잎이 가게 안을 기웃거리다 살포시 내 발밑에 앉았다.
"아줌마, 뭐 하세요?"
은행잎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오늘 매상은 얼마나 될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게 할 수 있을까, 무슨 메뉴를 추가해야 할까, 앞으로 가게를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나, 생각들이 온통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데 "아줌마, 뭐 하세요?"하고 묻듯 살포시 날아온 호기심 많은 은행잎의 질문에 뭐라 답할까?
(2005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