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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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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일기 1


BY 써머스비 2008-09-17

 

                                                                                                2008년 2월 24일

 

 새벽에 서둘러 나갔다. 오빠에게 전화를 하고 그냥 혼자 간다고 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어젯밤 아버지가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져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했다. 2인실이었는데 함께 있던 청주 아주머니께서 많이 놀라신 모양이었다. 그전에도 건양대병원과 한방병원에 입원하셨던 전례가 있고, 혼자서 움직이실 수도 있으니 꼭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젠 꼼짝없이 옆에 붙어있어야 할 모양이다.

 

 11시에 검사를 한다고 해서 아침은 금식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혈당을 걱정해야 하는 판에 금식이라니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더디기도 했다. 점심이 올라올 즈음 방사선과로 내려갔다. CT촬영은 몸을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데 아버지는 기침이 멈추지 않아 촬영기사와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애를 먹었다. 그렇지만 그 정도의 난감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결과가 나오고 담담과장은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길 것을 권한다. 어제와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을지병원으로 갔다. 응급실에서 밤이 늦도록 기본검사를 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병원에서 보낸 시간을 보면 멀쩡하던 사람도 중환자가 될 것만 같은 일정이다. 굶고, 피 뽑고, 방사선과에 드나들고, 또 피 뽑고(더구나 아버지는 당뇨가 있으니 하루에도 네 번씩 혈당체크를 해야 한다.) 등등. 허허벌판 내지는 전쟁터같은 응급실 에서 입원대기실로 옮긴 시각은 새벽 2시가 넘었을 때였다.

 

 결국 똑같은 소리를 들어야했다. 을지병원에서는 암 병동으로 입원을 하라고 했다. 입원대기자명단에도 1순위로 놓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입원을, 치료를 거부했다. 입원을 해도 치료를 시작해도 나아질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고 했다. 결국 환자에게 고통만 안겨주게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선 병명(간과 폐로 전위된 암은 굳이 따져 말하자면 4기란다)을 안다면 몸이 무너지기 전에 마음이 주저앉아 절대로 꼼짝을 안하실 아버지시다. 우리 오남매는 의논 끝에 일단 이 병원 응급실을 벗어나기로 했다. 의사는 집으로 가는 것을 찬성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의사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쉬고 금요일 10시에 예약 된 보훈병원으로 가기로 하고 퇴원(?)을 했다. 21일 오후 4시가 되었다.

 

 내일 다시 보훈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아버지는 월요일에 가셨으면 했다. 앞으로 긴 병원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나는 간병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