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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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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색 눈 가진 토끼 방문 환영!


BY 강원아줌마 2008-07-15

 

 

경사가 급한 산 언덕길을 승용차가 올라올 때는

처음에는 차가 뒤로 굴러 떨어질까 봐 가슴이 콩당콩당 불안 불안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10년 넘게 올라다니다 보니

길 옆에 철마다 피는 들꽃들도 외우고

아름다움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로움으로 바뀌었습니다.

들꽃들을 바라보느라 여유롭게 천천히 차를 몰고 올라갑니다.

 

거실창 밖으로 보이는 창고 양철지붕 뒤로 보이는 칡넝쿨들은

커다란 잣나무 꼭대기 까지 타고 올라가 더이상 올라갈 곳을 찾지 못하고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마당 구석에선 농사 흉내 내느라 몇 뿌리 모종해 준 호박, 가지, 고추, 방울 토마토, 상추들은

제 구실을 하기위해 꽃을 피우고 있고, 방울 토마토는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자연으로 가꾸지 않아도 보여주는 들꽃들도 기쁨을 주지만

내손으로 심은 야채라고 좀 더 눈이 가고 대견스런 마음으로

물도 주고, 오줌도 받아다 주고, 풀도 뽑아주며 살펴주는 마음은 

고슴도치 제자식 이뻐하는 어미의 마음과 비슷할 거라 생각해 봅니다.

 

아무리 바라봐도 싫증나지 않는 초록이들을 바라보며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을 때

갑자기 토끼 한마리가 나타나 우리 마당 풀밭에 멈춤니다.

 

"허걱...산토끼네..

우리 부부의 탄성..

혹시 청설모 아니야?

아니야 꼬리가 안 보여 토끼는 꼬리가 짧잖아!

그리고 귀도 길어.. 분명 토끼야"

 

한참 동안 정지된 상태로 뭔가 바라보더니 바로 옆에

 무성한 작약꽃나무 숲으로 휘익 뛰어들어가 자취를 감춥니다.

"에궁 아쉬워라."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을 때

갑자기 갈색 토끼는  다시 쏘옥 뛰어 나와 마당 한가운데 정지하여

뭔가를 생각하는 자세로 그대로 있네요.

 

"허걱.. 다시 나왔어..

어머 갈색 토끼네.. 그리고 좀 어린 토끼네

아주 아기는 아니야..

길을 잃었나?

 

저놈이 가지않고 그대로 있네

뭘 생각하는듯 있네.."

 

"그런데 토끼눈이 까망색이네.. "

 

토끼눈은 빨강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까망색의 작은 눈을 가진 이쁜 토끼였습니다..

근데 뭘 못 먹어서 그런지 좀 마른 토끼.  어디가 아픈가..

우리는 창 너머로 혹시 들릴까 토끼가 도망갈까 봐

낮은 소리로 속삭이며 숨죽이고 바라봅니다.

 

잠시 후 갈색토끼는 옆 마당으로 후다닥 뛰어갑니다.

토끼를 찾아 우리부부 다시 옆마당의 창가로 다가갑니다.

나는 쇼파에 올라가서 토끼의 모습을 눈으로 쫒습니다.

갈색 토끼는 옆 마당에 가서도 잠시 서서 뭔가를 생각하는 자세로 한동안 정지한 채 서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느티나무가 서있는 마당을 지나

차가 다니는 길가로 재빨리 내려갑니다..

어찌나 빠른지 한 걸음에 3-4미터는 뛰는 듯 보였습니다..

"못 먹어서 그런게 아니라 운동을 많이 해서 그리 날씬한 거군.."  안심이 되었습니다

 

겨울에 눈이 내린 날 아침이나 눈내린 후 며칠만에 찾아와 보면

우리 마당에 찍혀있는 동물 발자국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은 cc카메라를 달아놓으면 동물들이 다녀간 것을 볼 수 있을 테니

카메라를 달면 어떻겠냐고  합니다.

 

이번처럼 눈 앞에서

우리 마당으로 산토끼가 내려오긴 처음있는 일인 만큼 우린 너무 흥분이 되었습니다..

바로 몇 미터앞 우리 창가에서 출현한  갈색 토끼는

아주 박하사탕 먹은 것 같은 싸한 기분을 안겨주었습니다.

 

아직도 눈 앞에 뭔가 생각하는 듯한 갈색토끼의

까만 눈동자가 눈앞에 아른 아른 거립니다.. 

 

까망눈 가진 갈색 토끼야 !

너를 위해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릴께. 

맛난 풀도 많이 있는 우리 마당에 언제든지 다시 오렴!

니가 좋아하는 옆마당 층층나무 아래는  클로버도 많이 있어

우리 부부는 그 토끼풀밭은 뽑지 않고 지금처럼 그대로 남겨 둘거야! 

항상 놀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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