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집이 세개나 되는 아낙이 되었습니다
강원도에 우리가 10년이상 이사도 하지 않고 아이들을 다키워 서울로 보낸 아파트..
그리고 시골이 좋아 산속에 마련한 초라한 시골집을가진 강원아줌마였는데
이젠 서울에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작은 집에 아이들을 이사시키고
안방을 제 방으로 만들어 두었으니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쯤은 서울 아줌마가 되기도 합니다..
아침 6시부터 일어나서 학교간다, 출근한다 바삐 움직이는
아들과 딸을 바라보면 고단한 서울살이를 시작한 아들과 딸이 안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서울아줌마가 되면 파출부처럼 열심히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해주고
반찬도 챙겨주느라 바쁩니다..
남편은 '당신이 꼭 파출부 같아' 라고 한마다 합니다..
남편말대로 전 서울가면 일일 파출부가 됩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하게 그냥 해주지 말라고 하는데 어디 엄마맘이 그런가요?
강원에서는 둘이서만 살고 있으니, 남편은 무지 좋아합니다.
남편은 이런 날을 무지 기다려왔습니다..
그동안 야간근무와 주말근무하던 직장 그만두고 이번달부터 백수가 된 아내와 언제든지
비오는 날은 원창리 시골집에 달려갑니다.
양철지붕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고 큰소리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산속시골집 작은 앞마당에는 꽃다지 의 노란 꽃들이 잔디처럼 무리를 지어있고
양지쪽은 노란 민들레 꽃들이 피어있습니다.
모종한 앵초도 새끼를 쳐서 몇배나 불어나있고 분홍 꽃을 매일 피우고 있고
흰색과 연보라색, 현호색과 제비꽃, 알수없는 야생화들이 돋아나고 있어요
운좋은 날은 다람쥐와 청설모가 나무위로 오르내리거나
산토끼가 내려와 풀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저녁에는
뒷마당에서 겨우내 모아둔 밤나무잎과 밤가시들을 긁어모아 저녁에는 모닥불을 피웁니다
'낙엽타는 내음에서 갖 볶아낸 커피내음이 난다' 는 국어책에서 읽은 수필의 한구절이 떠오릅니다.
그러면 커피가 그리워서 얼릉 들어가 커피를 끓여서 나옵니다.
한잔씩 나눠들고 후룩 후룩 아껴가며 마십니다..
어느새 다 마셔버린 컵을 바라보며 아쉬워 한방울까지 마십니다..
시골의 밤공기와 밤향기는 어찌 그리 신선한지요..
모든 욕심과 근심을 다 씻어줍니다..
작은 불꽃놀이 같은 밤가시의 타는 모습과 향기에 취합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어울리는 초라한 시골집..작은 안마당.. 모든 산과 들이 우리의 정원입니다.
'나 요즘 너무 행복해' 라고 외치는 남편의 말이 귓전에 맴돕니다..
백수가 된 자유로움...
제 마음에도 행복이 전해집니다.
한가로운 저녁풍경..
누군가와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초대할 지인들을 한둘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서울을 떠나 이곳에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한번이라고 자연속에 있게 하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그러나 모두들 바삐 지냅니다.. 욕심을 가만히 내려놓습니다
초대함.식사..겉치레..등의 번잡함이 한가로움을 잃게 할까 두려워 그냥 시간만 흐립니다.
그냥 우리 둘이...
다음에..
더 나이들면 ..
백수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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