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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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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은 도둑이 아니다


BY 강원아줌마 2008-07-04

우리 원창리 산속 시골집을 우리가 장만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우리 바로 윗 집은 우리집보다 조금 위치가 높고, 50미터정도 떨어져 있는정도이다..

마당이 반듯하고 전망이 아주 좋은 집터인데다 마당엔  여러가지 꽃나무가 심겨져 있는 집이라 내심 내가 부러워하던 집이다.

 

그 빈집엔 그전 주인이 쓰다가 버리고간  커다란  간장독이나 항아리가 여러개 있었다..

비어있는 집에  춘천에 거주하는 유명한 소설가가 글을 쓸때 사용한다고 빌어 쓰기도 했다는 집이다..

방이라야 두 평도 안되는 한지로 도배된 방 두개와 부엌 그리고 툇마루인데..

 내가 가끔 산책삼아 할 일 없이 마당가를 서성이기도 하고  빈 집을 둘러보기도 했던 곳이었다..

 

몇해 전 시골 초등학교 여선생님이 그 집을 매입하여 우리 이웃으로 오시게 되었다.

포크레인을 동원하여 잡초와 잡목으로 가득찬 휴경지를 개간하고 집터도 제법단장하여

멋스러운 자태를 갖추어 가고 있었다

 

지난해 봄엔 높은 흙으로 쌓인 축대에 뭔가 모를 풀뿌리들을 사람을 사서  심어나가고 있었다..

구경나온 나에게  이게  벌개미취라는 것인데요

보라색꽃이 피는데 아주 이뻐요..

그리고 뿌리로 계속 번식해나가니깐  나중엔 흙더미가 흘러내리지도 않고 축대도 튼튼해져요...

 

내년봄엔 많아질테니깐  분양해드릴께요...

라는 말을 들려주었다...분양해준다고 해도 그냥....그저 그랬었다..

 

 

무심코 산책삼아 윗집에 올라가는 길에 본 그 녀의 집..

그..감동이란

보라색 들국화보단 조금 크고 더 짙은 보라색 벌개미취들의 꽃무리들의 장관이란...

늦은 여름부터 늦은 가을까지 그 아름다움을 바라볼 때마다 ..

 

로또 당첨 일등되어 억만금을 가진것보다.. 

다른 어떤 것 보다도 .부러운 마음이 물씬 들었다..

 

올해 봄이 되어 다시 산책길에 보니

 윗집 그녀의 집 축대엔 작년에 심은 벌개미취는 얼마나 실하게 번식을 했는지 

한점 잡초들도 나올 틈새없이 다닥다닥 무성하게 보여 땅이 안 보일 정도였다..

 

올 봄에 분양해 준다고 했지?

그런데 서로 다른시간대에 오르내리니 마주치지도 못하고...

꽃 도둑과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랬지?

(사이버작가방...모모님의 글에서 분명 읽었겠다..)

 

실하게 너무 무성하게 나온 것들은 조금은 솎아내야해..

 

군데군데 표시안나게 많은곳 에서 족히 몇십뿌리는 솎아내었다...

근데 마음은 어찌나 두근두근하던지...

우리 마당 둑에 옮겨심고.. 물도 주고 하면서..

아기 돌보듯 바라보고있다...

 

모종한 벌개미취는 며칠전 비를 맞고 싱싱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어제 다시 올라가서 바라보고  너무 드문드문 심은것같아

이차로 다시 몇뿌리 다시 벌개미취 모종을 시도하였다..

두번째도둑인데 왜 간이 또 콩닥콩닥한지...

꽃도둑도 도둑인가봐요..

 

아이구 처음으로 도둑질했더니 가슴이 왜이리 콩닥거리지?

시들한 모종에게 물을 주라고 남편에게 주문하자..

꽃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며?....라고 슬몃 위로를 보낸다..

암암 ..그렇지..

 

오늘밤에 마침 비가오니 모종이 아주 잘 뿌리를 내려 가을엔 듬성듬성이나마

꽃 구경을 하리라 기대가 된다..

아마도 내년 봄엔 무성하게 번식한 개미취가 가을엔 환상적인 보라색 꽃무리로

환상특급을 태워줄 것이라 기대해본다..

 

벌개미취무리로 가득찬

 부러움과 시샘 가득담고....

그 여자네 집 올라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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