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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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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처럼


BY 강원아줌마 2008-07-04

올해로 벌써 수채화그룹전이 아홉번째이다.

 

자연을 볼때마다 그림의 소재로 바라보고

그리고 싶은 욕망으로 들뜨는 자신

마음대로 작품이 안나오면 속상하고 스트레스 받고..

그런 자신이 싫어서

이젠 그림안그리고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을 거라고 핑계대며

벌써 두 해나 전시회를 걸렀지만

그곳이 내가 설자리인지 못내 아쉬워서인지

이번에는 틈을 내어 속전속결로 작품 세점을 내놓았다.

꾸준하게 그림을 그려 좋은 작품을 낸 동료에게 비교적 부끄러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카다록 속의 그림사진이 내가 그림 실제보다 훨 멋지게 나왔다..

각자에게 배당된 몇십장의 작품카다록과 초대장을 친구들에게 보냈다.

각지에 흩어진 친구들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 일주일 내내 월요일부터..계속일정이 잡힌다

직장동료들의 방문과,

멀리 청주에서 세시간 삼십분이나 걸려서 찾아온 친구도 있고

서울에서 내려온 동창들.

그리고 결혼 전다니던 그전 직장 친구들이 오늘 방문했다..

 

모두 이십대 초반에 사귀었던 친구들이니 거의 삼십년지기이다..

거의 연중행사로 만난 친구들도 있고

몇년만에 만나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해 준 친구도 있다...

 열심히 장사해서 10억이상의 재산을 모았다고 하는 친구의 얼굴

20년동안 주식을 했는데 남는 것도 없다는 친구의 얼굴에서 고단함이 엿 보인다..

 

이곳 지방에서는 10억이면 너무 큰 재산으로 보이지만

강남에선  집 한채 값 밖엔 안되니

집이 밥을 먹여주지 않으니 생계걱정. 자녀교육걱 정이 많은듯 하다

집을 팔으면 서울집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서 쉽게 처분도 못하는 눈치다. 

서울살이의 상대적 빈곤이 엿보이는 듯하다..

지난날 새댁때에

서울살이 할때에

나도 얼마나 내집마련을 위해 처절하게 절약하며 치열하게 살았던가? ...

 

친구들에게 닭갈비며..구이며, 또 한정식이며

매일 대접하고 우리시골집도 구경시켜주었다..

오늘로 우리 시골집에 삼일째 다녀왔다..

모두들 부러워하고 너무 좋은곳이라고 치하해준다...

 

우리 시골집 커다란 창가에도

까치가 와서 창을 두드리다 돌아가기도 한다는 내 설명을 들은 친구가

소설가 박완서님의 집도 까치가 날아와 창에 부딪혀 죽는다고 한다

너무 세게 날아와 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고 떨어진 까치도 한마리 있었다고 

 남편이 전해 주었던 말이 기억났다.

 

떠올리며 ...지금 한적한 소도시의 삶이 더없이 사랑스럽다.

마음편히 친구들을 식사대접 해줄 수 있는 현재의 내생활이 나는 너무 족하고 감사하다..

우리시골집에는 콩나무가 이제 결실하여 추수날을 기다리며 자신을 말리고 있다..

부패하지 않도록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겠지..

 

아직도 피어있는 보라색 벌개미취와 구절초의 하얀꽃들

양철 지붕위에 갑자기 밤송이가 떨어지는 소리

 총성 닮은   탕...소리....

늦가을의 정취를 커피와

손수 덕은 뽕나무잎차에 우려 마셨다...

 

 

그래도 그림 전시회가 친구들을 만나게 해주잖아?

밥도 같이 먹고

이가을을 풍성하게 해 주었잖니...

넌 너무  잘 한거야....

앞으로도 수채화처럼 투명하게

잘 번져서 다른 색과 조화를 이루며..

수채화처럼 살아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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