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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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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숨겨둔 애인이?


BY 강원아줌마 2008-07-04

아이들은 가지 않겠다고 하고,

수험생인 아들은 놀아야지 하는 지라 방학도 없고

토요일이라도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남편과 둘이서 틈을 내어  고성에 있는 해수욕장 바로 앞

겨울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이쁜 팬션에서 일박하면서 여름 바닷물에 몸을 담구었답니다.

돌아오는 길엔 고성 해양박물관에  들러 수족관도 감상했구요..

 

그리고 우리의 정겨운 시골집에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단장하고 정리도 하면서요..

그리고 남편이 밤나무에 매어놓은 그네도 타면서.. 더위를 식히고

야생화들을 보면서.. 풀도뽑고....

정말  남편과 함께 틈틈이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저는 행복한 아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시골집은 해발 400미터 산중턱이라

천지가 우리의 자연이고 야생화밭인 초록나라인데

그래도 올 봄에 우리마당 한 귀퉁이에 가꾼 작은 화단에

뿌린 코스모스는 잡초속에서도 의연히 꽃을 피워 기쁨을 주네요..

 

집 뒷 뜰 밤나무 밑에 많이 있던 알뿌리들을

이른 봄에 여기저기 옮겨 심었는데,

 이름 모를 알뿌리에서는  파란 잎이 나와 무성하게 잘 자라더니 

모두 말라 없어져... 장마속에서 죽었구나.. 아쉬워했더니,

 

웬 걸, 며칠 못 본사이에,  잎파리는 하나도 없는데 맨땅에서

꽃대가 고고하게 올라와 분홍 꽃 몽오리를 머금었답니다.

 

대여섯 군데 옮겨심은 곳마다

게으른 주인을 원망하지 않고

잡초들 틈에서 씩씩하고 고고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으니

반가운 마음이 한없고 고마워서

남편과 함께 꽃대를 이쁘게 세어봅니다..

 

 앞 커다란 창가 앞 화단에 다섯송이

뒷 들창가에도 두송이

마당 끝 변소간 처마 밑에서도 네송이가

쏘옥쏘옥 나 여기있지롱! 아직 안죽었어요.. 하며 인사를 하네요..

 

하나의 꽃대에 한송이 봉오리가 나오더니

 며칠있으니

다시 꽃봉오리가 옆에 솟아나는게

여섯송이의 분홍 몽오리가 사방을 향해 나오는게

아침녁하고 점심녁하고 저녁하고 시간에 따라 점점 달라지네요..

나리도 아니고 백합도 아니고... 백합 같은데 이른 봄에 나오는 잎파리는

난초처럼 무성하고.....

 

잎은 다 져버린 후.. 죽었구나 할 시점에

꽃대만 나오는게 정말 신기합니다..

 

자꾸 가보고 싶네요..

새로 생긴 애인마냥...

남편과 둘이서 보는 숨겨놓은 애인마냥...

내가 근무할 때도 남편이 혼자서 부지런히 산골집에 드나들면

나는.. 거기가 당신 작은집이유?

하면서 같이 못 간 시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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