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팔월 용돈이 필요해요.
엉? 방학하면서 10만원줬잖아.
방학하면서 서울에서 내려온 딸아이가 용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7월말에 주었었고..
방학끝날때까지 알아서 쓰겠지... 모자르면 알바라도 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근무할때는 밥도 차려먹고 설겆이도 도와준다는 조건으로
방학에도 용돈을 주곤했다..
낮과 밤이 바뀌어 올배미처럼 생활하고 아침을 거르고 점심에나 같이 밥을 먹는다.
설겆이는 항상 밀려있고 저녁에 내가 하는 날도 많았다..
자기좋아하는 인형과 인형 옷 만들기에만 관심이 많고,
자신의 홈페이지 관리에만 몰두하는 딸아이를 볼때마다 .
아직 이학년이니까..
3학년 방학부터는 영어공부도 하겠지.. 영어토익점수 낮으면 졸업못할테니..
사학년되면 실습도나가고 취업하면 앞으로 놀 시간도 없는데..
그냥놀게 두자..
성년인데 알아서 해야지... 하면서 자유를 주고있는데...
그나마 맨날 백수처럼 놀면서 용돈이라? 화가 슬며시 나길래
점심먹은 설겆이를 하면서
치사하게 그간에 못마땅한 것들을 나열했다..
설겆이도 제대로 안하고 맨날 올빼미처럼 새벽에야 자고..
인형만 끼고 놀고, 사회성이 너무 부족해지는거아냐? 용돈주면 인형 관련 되는 것만 사려고하지?
친구 만나거나 동아리에 가거나 필요할때 엄마에게 이야기해..그때마다 줄께..
갑자기 애꿎은 사회성타령에다..치사한 엄마로 변신했다...
딸아이는 자신의 초등시절 용돈을 정기적으로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며
이쁜 옷도 많이 안 사주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며..
초등땐 다른아이들보다 정신연령이 성숙해서
(다른아이들과는 대화가 안되고 시시해서 혼자학급문고를 거의 독파하며 책만 읽고 사색을 했다고 했는데.. 그결과 중고딩시절 언어영역은 는 우수했다고 하는말은 들었지만 )
실제로 그런 상처가 있는지는 미처 몰랐었다..
초등 고학년엔 가슴이 일찍 나와 그걸 커버하게 하려고 일부러 큰 옷만 사주었었다
아마 그때는 옷 투정도안하고 사주는대로 입고다녀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몰랐었다..
지금 대학생이되어서 늘 이쁜 인형옷을 디자인하고 손수만들어서 입히는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고있고(솜씨가 수준급이라 만든옷을 사겠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옷에 대한 상처가 있어서 그런취미를 갖게 되었나? 생각도 해본다..
중고등때도 용돈을 넉넉히 주지않아 친구들은 비싼 것 먹을때
돈 걱정에 마음조아리고 기가 죽었을 때도 많았다며..눈물을보인다..
친구들은 엄마랑 욕도하고 싸우면서도 짜증내면서도 친하게 지내는 데
그게 신기하면서도 부럽기도하다나..
자기보다 못한 친구들도 더 용돈도 많이 받고
엄마가 더 잘 해주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며 투정을 한다
항상 나이보다 더 어른스런 행동과 인내심으로
칭찬받던 딸 아이에게 그런 마음의 상처가 있었다니..
우리부부도 근검절약하며 살아왔고
남 돕는일은 그래도 아끼지 않고
매달 사회복지기관에 여러군데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는데..
내 딸에게 우리 가정형편에 비해 자녀들에겐 인색한 부모로 비춘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머리로는 우리 부모님이 사이가 좋고 화목해서..
별로 돈 걱정 안하고 잘 지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해왔었는데..
그래도 자신이 대학 들어오고 나서는 엄마가 옷도 잘 사주고..
해외여행도 같이 가고.. 자신에게 잘해준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신이 서울로 학교가서 집안에 너무 돈을많이 들게 한다고 어른스런 걱정도 하더니만
머리로는 걱정도 되고 미안하기도하지만 때로는 용돈이 적어서 자신의 행동반경이 위축되어 서운할 때가 있었나보다...
한달에 용돈 이십만원이 넉넉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이 든다.그돈으로 식사 해결해야되니
( .옷, 화장품 핸폰 요금따로내주고 고시텔요금 내주고 반찬도 만들어서 보내주고) 집에 내려오면 기차비로 따로 차비주는데..적은가요?)
우리부부는 어렵게 스스로 대학을 공부했고..부모님 도움 없이 자수성가한 타입이다.
어려운 집 맏며느리노릇..자립하자라는 정신으로..어렵게 보낸어린시절우리부부라 늘 근검절약이 몸에 배서 돈쓰고 물건 사려면 몇 번씩 생각해야 결정하고...
아이들에게도 메이커 옷 한번아사주고 평범하게키웠는데..
돌 사진도 그냥집에서 카메라로 찍고 확대해주고..
그렇게 궁상스럽게 지낸시절들
아이들 어린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미안스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하다..
그래도 그것을 표현해준 것이 고맙다.
마음의 상처는 표현해야 줄어들고 치유될 수 있다..
이야기듣다보니 나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안스러워 눈물이 나왔다.
그럼 그때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그랬니?
옷도사달라고 조르고..용돈도 더 달라구 하지...
그땐 그걸 잘 몰랐다고 지금생각해보니 속상하고 억울한가보다.... 그리고 내성적인 성격이고 평화주의적이라 그냥 좋은게 좋은거지 라며 참고 지내왔나보다
내자신을 돌아보면
엄마가 자기주장이 강하고 엄한편이라 자기주장을 못 펼을 수도있다....
그대는 무슨말을하면 대든다고 버르장머리 없다고 혼도 내고 했으니..
무슨 자기주장을 할 수 있었겠나?
자녀교육에 관한 책과 공부를 늦게 한 미성숙한 엄마 탓이다..
그대 니가 그렇게 힘들었었구나..미안하다..진심을 말하고 꼭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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