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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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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둘만의 날?


BY 강원아줌마 2008-07-04

딸아이는 서울에서 학교다니다 주말이면 내려와서 이틀정도 자고가고

아들은 이제 고1이라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야자하느라 1시나 되어야 집에온다.

아침 일곱시 아침 챙겨주는 것이 엄마의 할일이다

 

올해들어 주중에 둘이만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맛있게 먹어줄 사람이 많아야 음식을 해도 즐거운데...

음식도 줄어들지 않고...

 

어쨋든 아이들보다 아내를 밝히는(?) 남편은

이십년만에 자유라며 둘이있는 것을 은근히 좋아한다..

아이들 눈치보지않고 시도때도 없이 사랑을 표현할 수 있어서이리라..

아무때나 된장을 풀 수 있어서...

 

 

이번주는 특히 아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고 정말 삼박사일동안 우리뿐이다..

남편은 산속 시골집에서 살고 싶어하고..

틈있으면 그곳에서 자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이들학교나,,행사등으로 잠시잠시 들르기만할 뿐

저녁의 시골정취를 아쉽게 뒤로한 채 하산하곤했다

 

이번엔 내 근무시간 좀조정해서 월차휴가를 내고

남편수업이 없는 월요일에..

산골집에 올라가서 자고오기로 했다..

김밥을 사가지고 올라가서

 

남편은 그동안 모아둔 잡동사니 쓰레기와 나무들을 마당에서 태우고

나는 냉이를 캤다..

냄새를 맡아가며 냉이를 캤는데 아웃집 아낙이 보더니 몇개만 제외하곤 냉이가 아니란다.

그래도 버리기엔 아까워 그냥 가지고 있다.

 

겨우내 얼어붙어있던 샘물에 연결되어있던 파란호스에선 물이 촐촐나오고.

 남편말이 우리 샘물속에는 가재가 살고 있다고한다

그 가느다란 호스속을 통과하여 나왔는지 다라이에는 가재 한마리가 놀고 있었다.

그 가재는 중간크기라고 한다..아마 인간으로 치면 우리아들 나이쯤?

호스구멍을 통해 호기심을 가지고 물길따라 나왔는데..

커다란세상으로 홀로나와 너무 놀라지않았을까?

엄마아빠 가재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샘물은 오물이들어가지못하도록 바위로 단단히 덮어놓았는데..

 

그날저녁우리는 오랫동안 비워놓은 방에서 자기위해 방에 군불을 지피고..

마당에선 장작과 쓰레기 태우는 냄새로

남편과내 머리에선

옛날 어린시절 내엄마에게서 풍기던 불 냄새가 났다.

칠남매 키우시느라 손에 물마를 날없던 엄마

어린시절 늘 불때서 밥하시던모습..

난 화장품냄새 나는 엄마를 은근히 부러워했던 것같다.

지금은 옆에 안계신 그리운 엄마지만..

 

 저녁무렵과  한밤중에 우는 새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이른아침에 우는 새들소리를 들으며 깨어나는 행복을 오랫만에 누렸다.

시간마다 다양하게 노래하는 갖가지 새들소리...

전에 읽던 수필집을 뒤적이며

다시 감동하고 남편에게 읽어주며..

우린 자연속에서 욕심을 비우는 작업을 하며 쉼을 얻었다.

 

오늘밤이 우리 둘이서만 있는 마지막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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