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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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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맞으며 엄마 기다리는아기새 빨간 발에


BY 강원아줌마 2008-07-04

<내게 한 바람 털실이 있다면

새끼발가락만 한 양말을 짜겠어요

눈 맞으며 엄마 기다리는

아기새 빨간 발에 신겨주겠어요>

 

이 싯귀는 새해에 내가 처음으로 받은 명함의 뒤에 적혀있던 시이다.

 

 

춘천 명동뒷골목에는 아름다운사람들이라는 카페가 있다.

아는 시인의 부름으로 그 곳을 처음으로 가게 되었는데 매우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곳에서 시인은 이미 다른 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서로 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던중..

상대가 강원도 시골의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시고 아동문학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10년전쯤에 내가 즐겨읽으며 좋아하던 초등학교선생님의 수필이 생각났다..

 

선생님 혹시 오인숙선생님이라고 아세요?

어머 어떻게 아세요? 그분이 저랑 같이 강원도 학교에서 근무하셨던 분이예요..

지금은 어디계세요?

지금 서울로 가셨는데 교장선생님이 되셨어요..

 

근데 오인숙선생님을 어떻게 잘 아세요?

아니 그냥 그분 수필을 오래전에 좋아해서 책을 사서읽고.. 다른분들에게 빌려주고했던

기억이 나서요...

 

그 수필내용중..지금도 기억에 남는게..

시골학교로 전근가셔서..

"내 딸아이 인혜는 이세상에서 가장 넓은 정원을 가진 아이가 되었습니다." 라고 하며 행복해하시는 선생님 모습을 보고 감동먹었거든요..  라며 그 수필의 한귀절을 외었다..

 

그 아동문학가인 교감선생님이 깜작놀라시면서

"그 인혜엄마가 바로 저예요..

같은 학교에 근무하면서 제이야기를 글로 쓰신거예요".. 그선생님은 아직 미혼이세요..

 

시골학교에서 딸아이를 키우면서 .이세상에서 가장 넓은 뜰을 가진 아이로 키우게 된 것을 감사해하고 기뻐하던 수필속의 주인공을 면전에서 만나게되다니..

더이상 서로에 대한 소개가 필요없을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무조건 신뢰가 생기는

 기쁨이 밀려왔다...

 

"선생님 그 수필속에 인혜는 지금 몇살이지요..

무엇을 하고있어요.. 결혼은 했나요?"

호기심어린 질문에 선생님은

인혜는 지금 서울의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공부하고 있고 미혼이라고 말씀하셨다..

대학2년이되는 우리 딸아이보다 8살이 많으니 선생님이 나보다 훨신 연배가 있으신거같다..

아뭏든 세상에서 가장 넓은 정원을 가지고 시골에서  뛰어놀며 정서적으로 성장한 인혜가

훌륭하게 성장했다니 흐믓했다..

 

선생님이 명함을 꺼내주시길래 받아들었는데..명함뒤에 손수지은 시가 적혀있었다..

읽으면서 머리에 시원하게 각인되면서 그대로 그구절이 며칠째 머리속에 맴돈다..

 

얼마나 쉽고 정서적으로 친근한 시인지...

조그맣고 작은 털실로 짠 덧신을 신은 아기새! 

엄마새 기다리는 아기새의 빨간발...

상상만해도 이쁘다..

그런 싯귀를 지어낸 선생님의 감성이 부럽다..

 

돌아와서 주신명함을 보고 이메일을 띄었다..

선생님의 답신 또한 아동문학가답다..

나와의 만남이

"한거번에 수백개의 꼬마전구가 머리속에 밝여지는 것 같은 기분이셨다" 라고 하신다..

새해들어 맞이한 귀한 인연의 기쁨을 고이고이 간직하며 아끼며 누리고싶다.

 

 

(선생님의 시를 허락받지 않고 글을올려 죄송하지만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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