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내리는 단비다.
비들비들 기운없던 고추,오이,가지모종한 것들도 생기를 찿겠구나.
비개고 나면 산속에 고사리도 쑤욱쑤욱 올라 오겠지...
불이 난 산에는 고사리가 많이 난다고 한다.
울동네 뒷산은 몇해전 두 번의 산불을 겪었다. 초토화 되었던 산에 새로이 심은 나무들이 이제 제법 숲을 이루어 가고 있고 큰 변을 당해 몸살하던 오래산 나무들도 이제 다시 제모습들을 찿아 가고 있다.
그런데 그 놈의 고사리가 문제다.
도대체 고사리가 많다는 소문을 어디에서 듣고 읍내사람,서울사람,천안사람,청주사람,대전사람 참 멀리서도 고사리 한주먹 꺽겠다고 관광차까지 대절해서 고사리 사냥을 오니 해마다 이맘때면 고사리반 사람반이다.
휴일이면 동틀 무렵부터 산으로 난 임도로 오르는 차소리에 동네 개들이 짖어대니 늦잠도 잘 수없으니.... 나야 뭐 고작 요정도의 불만이지만 산 위에 밤농장을 가지고 있는 언니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년엔 밤농장 곳곳에 장뇌삼을 심었단다. 등산객들의 손이 탈까 둘레에 망도 치고 <사유지 이니 들어가지 마시요.> 써서 붙이고 빨간깃발도 달고 했는데도 빨간쪼끼 입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우르르 산에 올라갔다 온 후로 장뇌삼싹을 마구 짖밟고 밤농장 사이를 마구 오르락 내리락 해서 흙이 허물어지고 어지간히 농장을 어지럽게 하고 간 것이 아니란다.
복잡한 도시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들 휴일을 전원에서 즐기고 싶은 마음 당연하겠지만 고사리 한웅큼 꺾어보는 어찌보면 호사스런 추억의 놀이를 하러와서 농촌사람을 생업을 망쳐야 겠다는 생각은 없었겠지만 고사리만 보지말고 앞뒤도 보고 옆도 보아 이곳이 들어가도 될 곳인지 아닌지는 살피고 가야 할것을.. 쯧쯧...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정말 깍쟁이 같은 사람들 많다.
요즘엔 농사를 지어 조금이라도 나은 수익을 올려 보고자 직거래를 많이 한다.
도시의 자치단체에서도 시골의 농산물을 직거래 하면서 농촌도 도와주고 도시민들도 질좋은 농산물을 원산지 속을 걱정없이 구입 하고자 자매결연을 맺곤 한다.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민들이 초청되어 오는 날 시골에서 그사람들 먹일 음식 준비에 돼지잡고 온동네 사람들이 다~ 바쁘다.
헌데 정작 그들은 하루 공짜로 먹고 즐거운 나들이 삼아 오는 것 같은 모습일 때가 너무 많다.
고기,떡 싸가려 하는 사람, 선물로 주는 농산물은 꼭 챙겨가려 하면서 정작 돈주고 사야 하는 것들에 무관심하고 가격을 터무니없이 흥정하려 하고....
안그런 사람이 더 많겠지만 몇몇 그런 인사들 때문에 농심이 운다.
몇 달전 남편까지 잃고 아이셋과 큰 농사채를 혼자 떠안은 그언니의 한숨섞인 걱정을 듣고나니 논한마지기 밭한평 없는 나지만 그맘 알것같고 그냥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