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지방에서는 꽃소식이 올라온지 이미 한참전인데 강원지방엔 며칠째
폭설이 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중간쯤 엉거주춤한 이 곳엔 며칠동안 봄이 올 듯 올 듯 하며 매화꽃 봉우리가 움트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시야가 하얗게 변해가고 있다.
변덕스런 날씨마냥 내 기분은 엊저녁 다르고 오늘아침 다르고 점심다르고 저녁다르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던 맘이 순식간에 원망과 분노로 차오르곤 한다.
'아빠는 맨날 방학이여서 좋겠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너 학교가고나면 아빠도 낮에 일하셔' 라고 거짓을 말하는 나는 이제 아버지의 위신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내아이가 아버지의 그런 불성실과 게으름을 배울까봐 겁이나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빠의 아침잠을 깨울까봐 세아이들은 아침인사도 조용조용 식사도 조용조용 한다. 아빠의 단잠을 깨우는 날에 또 날벼락을 맞을테니...
한번도 이혼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런데 정말 내가 저사람과 함께 우리 아이들을 티없이 맑게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무시로 들락 거린다.
아침 설겆이도 못하고 출근을 할 때가 다반사다 . 그런날 설겆이며 청소를 깨끗히 해놓고 내게 칭찬해 달라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면 참~ 안스럽기도 하다. (그래 당신도 많이 힘들겠지..)
'내일은 나가서 일 알아볼께' 하는 말에 한번 믿어보자 .. '담주부터는 정말로 막노동이라도 할께' 하는 말에 또 한번 속아주자..수없이 번복되는 이런 태도에 남 십수년을 속고서도 여태도 그를 믿고 싶어한다.
아내는 안무서워하는 그가 누나들의 잔소리는 무서워서 전화도 받지 않는다. 시누이님들은 그러신다. 내가 잔소리를 하지 않아 그를 잘 길들이지 못한다고.... 정말 그런것일까?
나도 매일같이 악다구니를 하면 그가 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