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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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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님의 아들들


BY 물뿌리개 2009-08-20

          2007.04.08

 

바람이 운다....

 

좀 전까지 날이 좋았는데 갑자기 꽃잎들을 뒤흔들고 가지들을 후려치며 울고 있다.

 

날이 좋아 세차를 시작했더니 왜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냐며 출근한 내게 전화해 신경질을

 

내는 우리 남편.   내가 하느님 이냐고요..내가 날씨를 요상하게 했나 .. 왜 나한테 그러냐고...

 

'요즘 당신맘이 꼭 오늘 날씨 같을 걸 알기에 내가 참는다 참아'

 

결혼 한지 12년만에 처음으로 우리 남편의 형을 만났다.   작은어머니도 함께...

 

남편이 끔찍히도 보고싶어 하는 형은 다시 볼 수없는 곳에 계시고 나의 시어머님의 한평생

 

을 가슴 아프게 하고 나의 시누이님들 그리고 내 남편에게서 아버지를 앗아간 사람.

 

십수년이 넘도록 왕래 하지 않던 사람들을 시누형님은 무슨 맘으로 아버님 제사에 참석하시

 

라 했을까? 

]

평생 그늘에서 살아오신 작은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제사에 참석하고 싶어도 올 수없는  아들

 

그 분들의 가슴아픔을 이해 할 듯도 하여  흔쾌히 오시라 했다. 내 남편의 심정은 헤아리지

 

못하고.... 어머니는 분명 제사에 오셨다가 안드시고 돌아가실 테니 어머니 신주는 상에 올리

 

지 않겠다는 남편 참 속좁다고 핀잔했다.  당신의 아버지이듯 그 분도 아들이고 아버지 영전

 

에 술따라드리고 싶고 절 올리고 싶을 거라구 왜 그걸 이해 못하냐고...

 

그렇게 그렇게 제사음식을 준비하고  그쪽 식구들이 도착하고 서로들 인사를 하고 나만 어색

 

하지 그래도 그들은 핏줄이라 그런가 서로 이야기 하며 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다.

 

생전에 시어머님께선 작은어머니 이야기를 내게 자주 하셨다.  김도 구울 줄 모르고. 조기를

 

비늘도 안벗기도 쪄서 먹을 수도 없게 만들고 갈비로는 탕 밖에 끓일 줄을 모른다고   아버지

 

불쌍하다고...... 조기 비늘을 벗기며 그 생각이 나 혼자 피식 웃었다.

 

산적을 구워놓은 걸 보시며 작은어머님이 작게 한말씀 하신다. "너무 구운 것 같다."

 

쳐놓은 밤을 보고 또  "밤이 잘다."  그래서 난 또 혼자 웃었다.

 

아버님은 생전에 본처와 그자식들은 돌보지 않으셨단다. 철저하게 생활비 한푼 안주셨단다.

 

작은어머님이 시누형님들과 이야기를 하시는데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이 없어 지금 살기가

 

너무 어렵고 힘들다는 얘기다. 취미생활 하러 다니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그러신다.

 

아이고 참  우리 형님들과 우리남편 앞에서 저런 이야기를 하실 수 있는 그분이  참 ...

 

안스러워 가시는 길에 여비하시라고 작은 봉투를 드렸더니 우리 시누이 형님들 뭐하러

 

주냐고 나보고 그러시구 우리 남편 잘했다 한다.

 

다들 돌아들 가고 음복주에 취한 우리남편  '그래도 지는 아버지라 부르며 살았지..난 아버지

 

한번도 불러본 기억이 없는데...'하며 큭큭 운다. 그쪽 형이 큰댁에서 서운했던 지난일을 이

 

야기 하더란다.

 

너무나도 가여워서 난 남편을 안고 '당신은 우리 아이들 한테 더없이 좋은 아버지가 되주길

 

바래..그러면 되.' 한참을 우는 남편을 보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자식들에게 이런 아픔을 남겨주신 아버님이 원망 스럽기도 하다.

 

아버님께선 생전에 아버지라 한번도 불러보지 못한 아들에게서 제사상을 받으실 줄은 모르

 

셨을 테지요....

 

다음명절이나 제사때 또 오실려나 모르겠지만 남편이 마음을 열어 서로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으련만....

 

가정을 이루었으면 모쪼록 책임을 다해야할 것이며 내 가족들 가슴에 피멍을 남길 일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구라도......

 

바람이 여전히 많이 분다.   꽃이 이제 피기 시작했는데 바람에 꽃잎이 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