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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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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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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하품~!


BY 우아쌈닭. 2007-11-19

사탕의 회유와, 망태기 할아버지의 공갈이 이제는

소용없어진 초등학교 1학년 여덟살.

현실적인 고집과, 저만의 작은 세상이 분명한

아이와 나는  전쟁중이다.

오늘은 학원을 가기싫다는 아이의 불분명한 이유에 화가나고.

숙제를 하루종일 끄적거리는 아이의 느림에 울화통이 치밀며.

공부하기 싫다며 십리밖까지 나온 아이의 입술에 짜증이 난다.

어르고 달래다 소리를 지르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내다 기어이 매채를 든다.

아이의 엉덩이가 조금 빨개지고 나서야 싸움의 패자는

언제나 항상 나임을 깨닫는다.

아이는 코를 훌쩍거리며 "엄마 미워~!"를 외쳐대고.

작고 말랑말랑한 아이의 엉덩이를 만지며 속절없이 밀려오는

후회와 울컥거리는 한숨에 나는 나쁜 엄마가 되어 버린다.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하지 않았던가.....

몇번씩 반복되는 후회뿐인 이 작은 전쟁에서

나는 평화를 찾고 싶었다.

 

" 딸아, 엄마는 너를 너무 사랑한단다.

  너에게 화를 낼때마다 엄마 마음엔 멍이 조금씩 든단다.

  약을 바르고 싶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 엄마는

  아파도 꾹 참을수 밖에 없단다.

  딸아, 너도 엄마가 아프길 바라진 않겠지?

  엄마 마음속에는 악마가 한마리 살고 있단다.

  이 악마는 평소 아무리 시끄러워도 쿨쿨 잠만 자는데,

  네가 이유없는 울음을 터뜨리면 악마가 눈을 살그머니 뜬단다.

  네가 울면서 소리지르고 화를낼땐 이 악마가 잠에서 깨어

  너무 이쁜 우리딸에게 화를 내라고 시킨단다.

  엄마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 울면 깨어나는 악마때문에 엄마도

  속상하단다. 그러니 무작정 울음을 터뜨리지 말고

  엄마에게 조용히 왜 화가났는지 얘기해주면 안되겠니?"

 

너무 동화적인 나의 고백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귀기울여 듣는다.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이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책상앞으로 가서는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말을 너무 이상하게 하였나싶어 당황하였다.

조금있으니 아이가 평소 아끼는 분홍색 편지지에 곱게 써내려간

편지 한장을 들고온다.

 

" 엄마.

  내 마음속에도 악마가 한마리 사는것 같아요.

  엄마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 엄마가 무서운 얼굴로

  화를 내면 악마가 나보고 울으라고 하는것 같아요.

  나는 엄마랑 싸우고 싶지 않은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어떻게 해야지 사이좋게 지낼수 있을까요?

  엄마는 방법을 알고 있나요?

  나한테 비법을 가르쳐 주세요."

 

아이의 편지를 읽고 입으로는 아주 큰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코는 매콤했으며 눈은 뜨거워졌다.

어느새 훌쩍 커진 아이의 키는 품안에 쏙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이만큼 컸구나.

그래..이만큼 자랐구나.

아이의 볼에, 이마에,입술에,머리칼에 뽀뽀를 해대고는 곰곰히 생각했다.

 

" 딸아.

  엄마 마음속의 악마와 너의 마음속에 악마가 잠에서

  깨지 않았으면 너무 좋겠다.

  네가 울지 않으면 엄마 마음의 악마는 쿨쿨 잘테고,

  엄마가 화를 내지 않으면 너의 마음의 악마도 잠에서 깨지 않을거야

  우리 암호를 정해보자.

  악마가 잠에서 깨어날것 같으면 우리만의 암호를 불러

  쉿~! 악마가 깨면 안되요 하고 한사람이 참아주는게 어떻겠니?"

 

아이는 재미있는 놀이라고 생각하는지 너무 신나하며

한참을 생각한다.

 

" 엄마.

  우리 <하품~!> 하고 외쳐요.

  잠에서 깨려고 할땐 하품을 하면서 일어나니까

  <하품~!>하고 외치면 악마가 깨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조용히 하고

  있으면 되잖아요."

 

아~

무턱대고 울음먼저 터뜨리는 아이에게 화가 났었는데

무턱대고 화를내는 엄마여서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나보다.

이렇게 깊고 예쁜 생각을 가진 우리 꼬맹이였음을 나는

잊고있었나보다.

받아쓰기 백점에 눈이 멀어서.

수학시험 백점에 안달이 나서.

피아노 진도에 마음을 뻈겨서.

미술학원 그림상에 욕심이 나서.

나는 그만 잊고 있었나보다.

 

<하품~!>

아이의 마음속에서 이 소리가 들려오는지 귀기울이며

하품하는 소리가 들릴땐 그저 조용히 토닥여 주어야 겠다.

엄마의 성냄에 깨어나는 작은 마음속의 악마가 영원히 잠들수 있도록.

그리하여 그 마음속에 하얀 날개를 가진

작은 천사들이 가득할수 있도록.

나는 또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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