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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BY 서리 2010-09-24

올해로73이신 어머님

시어머니 며느리로 만나지도 25년

50도 안되서 첫 며느리를 보시고

첫 손주를 마치 당신 아들인양 착각 하시는게 아닌가

싶을정도에 애정을 보이셨다

2년간 시집살이를 했었는데

아침이면 집안일 하라고 업고 나가시곤했는데

하루는 아이가 배가 고플 시간이 되어도 들어오지 않으시기에

찾으러 나갔더니 한가한 벤치 의자에 앉으셔서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광경을 보았다

배고파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당신 빈 젖을 물리시는것이 아닌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어머니에 대한

잊지 못할 기억이다

시어머니 시집 살이보다 시아버님 시집살이가 너무도 고되

2년만에 단칸 샛방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는 분가를 강행했다

시어머니의 반응은 마치 당신 친 자식을 때 놓는 것처럼

화를 내시며 서운해했지만 나는 분가를해버렸다

 

작년 추석을 앞두고 아버님이 최장염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실에서 중풍이 와버려 다행히 응급실에서 바로 처치가 이루어져

마비만은 막을수 있었다

하지만 두번째 쓰러지신거라 완전한 회복이 안되어

언어장애와 대 소변 인지 능력이 떨어져서 바지에

실수를 자주 하신다

장기요양 3등급을 받아 지원을 받으며 통학하는 요양원을

평일이면 한낮의 시간을 거기서 보내신다

그나마 시어머니께서 숨을 돌리실수 있으시다

그럼에도 바지에 간혹 실수를 하시니 씻겨드리고 하는일이

힘겹고 밤중에도 여러번 아이들 소변 받아 내듯이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것이 힘겨우실게다

그러며 늘어나는 시어머니 역정에  며느리들은 어머니 눈치만 살펴야하고

작은 일에도 역정을 내셔서 명절이면 한번씩 분위기는 싸해지고

 

고부간이 아닌 한 여자로 놓고 보면 충분히 이해가 안가는것은 아니다

시아버님 젊어서 난봉꾼이어서 시어머니 속 어지간히 썩이셨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형제들 특히 맏이인 우리 남편은

나이가 들 수록 아버님 모습을 그대로 내게 보여줘서 소름이 끼칠정도이니

우리 어머니 고충이야 미루어 짐작은 하지만

나도 감정이 있는 동물이기에 20여년을 눈치만 보고 네 네 만 하다가

이번 추석에는 어머니 그런 모습에 나도 파르르하고 말았다

 

그래도 며느리 복은 있으신지라 이날까지 며느리들이 돌아가며 김치 해나르고

생신때면 세 며느리 상다리 부러지진 않지만 전날 모여 어머님 손 하나 안빌리고

며느리 노릇을 다 해낸다 속 마음은 어쩔지라도 다들 착하다

친척분들이 인정 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복에 겨우시다 해야 하는지 그래도 먹을것이 없다 소리를

무슨 인사처럼 하신다

한번도 고생했다 잘먹었다 소리를 못들어 본것 같다

 

사실 어머니 음식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먹지 못하는 맛이 난다

그래서 결혼첫해부터 십년이 넘게 혼자 다해 날랐었다

모내기 추수 때 일손 거들어 주신분들 상을 차려내면

우리가 이집에 와서 일하고 밥을 다먹어보내 하시며

며느리 참 참하니 음식도 잘한다 하시곤 할 정도였다

처음 시댁에 가서 밥을 먹는데 비빔 국수를 하시는데

미원을 한스푼 푹 퍼서 넣으시는것을 보고 나는 굶었던 기억이 난다

남편도 결혼해서 처음몇년간은 미원을 무슨 보양식인양

찾는통에 무던히도 싸웠었다

그 충격으로 나는 아예 우리 집에 미원 이란것을 사두질 않는다

하지만 지금도 시댁에는 미원 병이 놓여있다

 

음식이란것은 정성이 반인데 그 오랜 세월 식구들 밥을

해주시면서도 어찌 그런 맛들이 나오는지

김치가 설탕물일때가 다반수고 미원만 부어 놓은 듯한 맛도 여러번이고

어떻게 그런 맛의 음식이 나오는지 알수가 없다

어느날은 마늘이 없다고 빼고 그냥 담으시고

집안행사때면 시어머니 손 못대시게 하느라 애먹었었다

이번 추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끔 도토리 묵을 쑤신다고 일은 벌려 놓으시는데

그 묵을 단 한번도 먹어보질 못했다

울궈내지 않은 앙금은 제대로 묵이 되질 않는다

쫄깃한 묵대신 마치 비지처럼 부숴져버리고

그 떫은 맛에 도저히 먹을수가 없다

여러번을 하심에도 그런 묵을 만들어 놓으시니..

그럼에도 우리 며느리들 셋이 주방에서 복작 거리며 하는 모습이

질투가 나시는지 괜한 역정을 내시고 친척들 앞에서

먹을게 없네 라는 인사를 아무렇지 않게 하시니

이번 추석에 나도 드디어 폭발을 하고 말았다

어머니 제발 저희가 알아서 할테니 그냥계세요

어머니 이러시면 더 복잡해요

화를 내버리고 말았다

 

잘하면 할수록 양양이라더니 어머니 모습이 그렇다

한번을 며느리들에게 김치 커녕 밑반찬 한번을 안해주시는 분이

해주신다고 먹지도 못하겠지만

시댁에서 싸오는것은 없고 싸가지고 가는것이

더 많은 며느리 푸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