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얼굴 표정이 안 좋으시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 와서 줄곧 표정이 어두울 때가 더 많으신 아버님은 어떨 때는
꼬마 아이처럼 식사를 안 하신다고 투정을 부리신다.
이유를 여쭈어 봐서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으시고 속이 안 좋으시다는 아버님이
어제 드디어 폭발을 하셨다.
시내에 나가고 싶어도 노선을 잘 모르겠고
전철역까지 당신이 걷기에는 거리가 있고
친구를 만나고 싶어도 잘 못 만나서 창살 없는 감옥 같다며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말씀에
나는 충격적이었다.
이제껏 내가 알고 있던 아버님이 아니셨다.
내가 알고 있는 아버님은 인내심도 많고 그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 한마디로 못하시고
조용하게 신문 보시거나 티브를 보시며 산책하시는 조용한 분이셨는데...
이사 오자마자 아파트 주변을 알려 드렸고,
전철역 까지는 십 분 정도 걸어가셔야 되고
아파트 건너편 고등학교 앞에 버스 정거장이 있다는 것도 알려 드렸다.
혹시나 내가 미처 챙기지 못 한 게 있으면 필요하신 거 사시라고
우리 집에서 가까운 하나로 마트와 병원도 알려드려서
마트도 둘러보시고 병원에 가셔서 독감과 코로나 예방 접종도
맞고 오셨다고 말씀하신 분이셨다.
그런데 어제는 괜시리 화가 나셨나 보다.
내가 출근을 안 하면 함께 다니면 좋겠지만 오전 시간도 바쁘게 지나가고
내 할 일도 많으니 일일이 함께 다니기가 벅차긴 하다.
아마 적응하기가 귀찮고 생각만큼 당신이 잘 행동을 취할 수 없으니까
어제처럼 인상을 쓰시며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어른을 모신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제의 아버님 행동은 나에게 큰 상처였다.
아버님
저도 이사 와서 적응하느라 힘들어요.
낯선 동네인데 어떻게 다 내 맘에 들겠어요.
오늘도 안방에 난방 조절기가 잘 안 되서 사람이 왔다 갔고,
쿡 탑 사용법도 다시 알게 된 거 처럼
하나씩 배워가면서 숙제 풀듯이 해결해 가면 차츰 좋아질거예요.
그리고 앉아서는 되는게 아무것도 없어요
움직이셔야 되니까 매일 한번씩 산책을 꼭 하셔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