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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기일에


BY 하루 2008-06-03

첫번째 엄마 기일  

지난 5월 20일(음력 4월 20일) 엄마의 첫번째 기일이었다.

위로 언니 다섯, 엄마가 생전에 그렇게 오매불망 외치든 손자 둘과 돌아가시기 얼마전에는 이름 조차 기억에 없는 외손자, 외손녀들까지 엄마 기일에 참석을 했다.

 

엄마는 저승에서도 서방님(아버지)과 아들 밥 걱정 하고 계실까?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언니가 "엄마는 왜 날 좀 안 도와 주시는고" 한다.

 

엄마는 생전에 오로지 아들과 손자들 밖에 모르셨다. 외손자, 외손녀 모두 필요없는 것들이었고, 딸들이나 사위도 다 소용없는 손님에 불과한것으로 여기셨다. 왜 그렇게 아들에 목메어 하셨을까?

 

이 세상에 안 계시고 보니 그렇게 목말라 하든 아들도 엄마 잊고, 영원한 동지인 우리 딸들도 엄마 잊고 그렇게 일년을 살았는데.......

 

엄마는 생전에 음식을 참 맛있게(손끝의 음식) 하셨다. 어렵디 어려운 시골살림에도 엄마가 끓여주신 된장찌게는 된장 한 가지만 들어가도 맛이 달디 달았고, 무우말랭이 한가지도 엄마 손끝이 지나가면 그렇게 맛났다.

 

국민학교(초등학교) 들어가기전 나는 머리를 길게 길러 항상 올림머리를 하고 다녔다. 언니들이 머릿이 생긴다고 난리들이었지만 겨울날 뒷뜰에서 소죽물을 끓이고 난 다음 데운물로 머리를 감겨주신 그 손길이 그립다. 덥디 더운 여름날에 감자를 둥글게 잘라 기름 지글지글하게 구워 주시든 감자 부침개도 그립고, 고추장 잔뜩 넣고 매우고추 넣고 멸치 넣고 졸인 감자조림은 얼마나 맛있든지.......

 

시골 5일장에 가서 사온 여름날의 고등어 구이는 또 얼마나 맛있든지, 고등어 구이를 연탄불에 구워 호박잎에 쌈을 싸서 한 잎 먹는 밥이 그립다.

 

비오는 날, 감자, 호박넣고, 파 숭숭 썰어 넣고 끓여주신 엄마표 수제비는 이제 또 언제 먹어 볼 수 있으려나.........목메게 그리운 엄마!

 

지난 여름에도 이번 여름에도 엄마가 만들어 주시든 청포묵을 못먹어 보겠네, 한 여름 소낙비 속에 먹어보는 손칼수도 못먹을 것이고, 밥위에 살짝 올려 끓여 먹든 쌈 된장도 이제는 못 먹어보겠네.

 

저승에도 커피가 있으려나?

20년 세월, 커피 참 많이 드셨는데, 아침먹고 한 잔, 점심먹고 한잔, 저녁먹고 한잔, 식전에 한 잔,......

 

저승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막걸리가 있을까?

 

혼자 계시는 아버지 외롭다고 엄마는 걱정 안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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