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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에서 온 편지


BY 하루 2007-08-31

연변, 연길에서 편지가 한 통왔다.

연변 예술극단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아는 동생 미화에게서

 

언니.

 

오랜만입니다. 금년에는 만나보나 했는데 벌써 8월하고도 9월이 금방 올것 같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이미 많이 늦었지만 가족들 뒷치닥거리에 너무 지쳤어요.

이제는 엄마, 아버지, 동생도 다 싫어요.

 

언니는 행복하신지요.? 행복하시리라 믿습니다. 언니는 항상 자신감에 넘쳐 살잖아요.

재작년 한국에 갔을 때 불법체류라도 해서 한국에서 돈 벌고 싶었는데 초청해주신 언니한테 미안해서 못했습니다. 연변 예술은 날마다 시들어가고 조선족 예술을 조선족이 몰라주고 이제는 한족을 위해서 중국전역을 다닙니다.

 

언니가 그 때 연길에서 만났던 감독 선생님도 돈 찾아 캐나다 가시고 재능있는 사람들은 모두 돈 찾아 떠나고 떠날 수 없는 저같은 사람이 남아 조선족 예술을 지키고 있답니다.

 

올 봄에도 한국의 어느지방에서 초청공연한다더니 자금사정으로 연기연기 되다 이제는 취소가 되었나 해요. 연변은 이제 조선족 세계가 아니랍니다. 한족이 이제 많아져서 조선족 찾아보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어요. 동북공정인가 해서 중국 내륙으로 부터 정책적으로 인구를 유입시키고 있어요. 이러다 중국에서 우리동포들이 살 땅이 없어질것이고 조선족이 없어지고 말겠지요.

 

지금 제가 사귀는 남자도 중국 산동성에서 온 남자인데 저한테 잘해주고 편찮으신 아버지한테 너무 잘 해주어서 제가 반했어요. 직업은 택시 운전을 하는데 공임이 인민폐로 2천원되고 또 저도 노임을 매달 받으니 둘이 합치면 잘 살수 있을것 같아요.

그 동무를 언니한테 보여주고 싶어요. 나중에 꼭 만나보세요.

 

곧 정주로 오신다하나 거기는 여기서 한국가기보다 먼곳입니다.

겨울에 그곳으로 공연갈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2월말이 될것 같습니다.

 

중국에 오셔서 사업 성공하시고, 행복하기를 소원합니다.

 

연길에서 미화 

 

 

미화는 서른일곱이지만 집안의 기둥으로 가족을 먹여살리느라 결혼을 못했다. 아버지가 평생 한량으로 살다 간암으로 쓰러져서 병원에서 10년넘게 입퇴원을 반복하다 보니 월급의 10년치를 선불로 땡겨써서 죽어라 일을 해야만 하는 아이다. 

 

중국에 있을 때 만났는데 얼마나 불쌍하고 안되 보였든지........그래도 본인이 좋아하는 연출을 하다보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까....나의 작은도움이 그 아이에게 힘이 되었는지 단위(회사)에서 지급되는 아파트 분양권을 나한테 스스럼없이 주든 아이 이기도 하다.

 

큰 돈이 되는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고마워서 마음만을 받았지만 늦게라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좋은 남자 만나서 경제적으로 덜 힘들게 살았으면 한다.

 

동생도 있지만 아버지를 끝까지 자기가 보살피겠다고 하는 미화' 이제 대소변도 못가리는 아버지를 위해서 오늘도 미화는 연극무대에서 바보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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