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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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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게임중~


BY 민이 엄마 2007-08-24

바스락거리는 낙엽위로 노을빛 단풍들이 우수수 떨어진다.웬지 내 가슴에도 영문모를 우울함이 살포시 분위기를 잡고 내려앉는다. 나에게조차,나 자신에게조차 숨기고픈 그 우울함은 어디서 왔을까?? 어느땐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도 나 자신에게조차 들키고싶지 않아 아무렇지 않은듯 괜시리 머리를 어루만진다.

어느땐 이게 우울증의 시초인가 싶다가도 다들 한번쯤은 아니 몇번쯤은 그런 경우를  경험해봤으리라고 믿게된다.그냥 그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는것이다.

자꾸만 위축되고 기력이 없어지는 증세....

30대에도 그런 증세가 올수있을까??

 

빗방울이 우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한방울 두방울....

그렇게 자꾸만 가랑비가 이슬비가 되고 이슬비가 소나기가 된다.

소나기는 결국 세상에 내려와 자신의 흔적을 남겨놓기를 갈망한다.이내 가버리면 곧 사라지는 소나기의 자취.... 그래서 더 그렇게 애를 쓰는건지도...

이제 막 갈아입고 나온 진회색 스웨터에 촉촉한 기운이 스며든다.

내 살덩어리들이 춥다고 춥다고 귓가에 속삭인다.그러면 나는 괜찮다고 괜찮다고 대답한다.

반쯤은 기울어져 삐뚤어진 천막들,아주 오래된 간판들,그래서 가끔은 파는 품목과 간판이 영 다른... 재래시장에 왔다.

좌판위로 오늘따라 유난히 피비린내나는 생선들... 푸른빛깔이 도는 각종 나물들.... 육질이 아주 발그스레한 정육점의 고기들...

여기저기서는 소란하게 흥정하는 소리가 들려오고,그러다가 가끔씩은 자리싸움에 다투기도 하는 재래시장,,,,,, 사람냄새가 난다.인간내음이 난다.

나는 여기서 늘 그런 채취들을 한아름 안고간다.덤이라고 해야하나?

재래시장을 거래하는 손님들에 대한 ...

편식을 잘하는 우리 6살난 아들이 좋아하는 고등어랑 고기를 사고,무슨 요리에나 빠지지 않는 각종 야채들을 사고. 양손으로 무거운 짐을 낑낑 들고,가슴에는 아까 받은 덤을 안고... 집으로 향한다.아주 잠시 소나기가 지나가고,나는 총총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온다.

오늘 저녁땐 무를 깔고 맛난 고등어조림을 하고,매콤한 불고기를 해야겠다.

고등어 조림은 아이가 좋아하고,불고기는 남편이 좋아하고,나는 아무거나 다 좋아하는 엄마이자 아내가 되었다.

남편이나 아들이 잘 먹지 않는 반찬은 내가 좋아한다.좋아해야만 한다.

이런게 살림하는 주부들의 한결같은 생각이겠지~~

어느새 나도 어쩔수 없는 알뜰쟁이 아줌마가 되어버렸다.어릴땐 식구들이 잘 집어먹지 않은 반찬만 골라먹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아주 철없게 궁상맞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나중에 엄마가 되면 내가 먹고싶은것은 다 먹고,다사고 다하는 쿨한 엄마로 살겠다고 했었다.어릴땐 그게 ....당당하고 멋있는건줄 알았다.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된다는건 나를 희생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게하는것인지도....

조금은 나를 덜 위하고 조금은 나를 덜 사랑하는....

어쩌면 바보같은 맹목적인 사랑일지도.

내가 조금더 나를 덜 배려하는대신 그만큼만 아이와 남편을 배려하는것....

딱 그만큼만....

조린무 냄새 가득한 고등어조림 한접시에 밥한공기를 뚝딱 헤치우는 아들녀석,매콤한 불고기가 맛나는지 밥 반공기 더 달라는 남편....

그런 일상적인 생활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결혼을 한지 10년차,

일찍 결혼해서 장사를 하고 돈을벌고 그 덕에 일찍 내 명의로 된 가게도 얻을수 있었다.

내 20대의 젊은 날을 지금의 안일한 생활과 맞바꾼 택이다.

10년 세월동안 뜨거운 여름날 피서한번 못가고,맘편하게 하루를 쉰적이 없었다.

그런 아내의 고생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날은 까먹는지...

이것저것 심부름시킬땐 나도 모르게 화가난다.

사람 마음이란게 다 그런것일까?

신혼초엔 설겆이도 잘하고 빨래도 곧잘하고....그렇게 자질구레한 집안일도 도맡아서 잘하던 남편이 이제는 우리집의 왕으로 승격했다.

하인에서 왕으로 참으로 놀라운 승격이다.

어쩌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내 성격이 남편을 승격시켰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옆에서 "커피 한잔만!" 하면서 열심히 게임을 한다.

얼마전에 나한테 가르쳐준 게임` 스키드러쉬~

차를 운전하는 게임인데,실제 상황과는 좀 다른 여러가지 규칙도 있고....

하면 할수록 레벨도 오르고 쏠쏠한 재미가 있다.

이것저것 게임을 즐기는 남편을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무슨 재미로 잠도 안자가면서 저런걸 다하나? 그런 생각....

그러던 어느날....

나도 한번 같이 해보자는 호기심내지 오기가 생겼다.

자신의 자동차가 도로를 역주행하면 콤보가 올라가 아이템이 생기고,배틀에서 이기면 경험치가 많이 올라가 레벨이 쉽게 오른다.

역주행.... 안일한 주행보단 스릴도 있고 위험도도 있고 그래서 아이템을 주나보다.

게임을 하다보니 인생이란 것과 닮은꼴이 많다는걸 종종 느낀다.

내가 살고 있는 삶에도 종종 아이템이 생기고 ,경험치가 쌓여 레벨도 오르는 게임같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일단 나에게는 내가 살아가는 절반의 이유인 우리 아들이란 아이템이 생겼고,때로는 이쁘고 때로는 밉기도 하고 때로는 안쓰럽기도 한 우리 남편이란 아이템도 생겼고....

30년 세월동안 세상의 만물들과 부딪히면서 쌓아온 경험치로 인해 삶의 질이 향상되어가고 있고...........

어쩜 저리도 흡사할까?

처음엔 게임을 하는 남편을 무조건 못마땅하게 생각했었는데,그 안으로 나를 밀어넣고 보니

이해,배려라는 단어를 선물이라고 준다.나는 그래서 오늘도 가슴 한가득 이래저래 덤도 받고 선물도 받고 성탄절 같은 기분이다.

하루에 조금씩 시간나는데로 남편이랑 게임을 하러간다.

함께 공감하지 못하면 그 속으로 들어가보라~~

분명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수께끼 같은 열쇠가 있을것이다.

나는 오늘도 남편과 아이와 삶이라는 게임을 하는중이다.......

요즘애들 말로 이왕이면 즐겜`~

즐겁게 게임하자는 말의 줄임말이다.

그래~~ 여보야! 아들아~ 즐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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