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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김치


BY 같은 자리에 2007-07-24

어제 그냥 배추한포기 썰어 담은 김치가 별로 내키지 않아서 하루 지나 오늘 열어보고 맛을

보았더니 내 기분을 다시 찾게 해주었다.

사실 어제 굵은 소금도 없고 어째 김치 담그기도 싫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썩어버릴까 겁

나서 배추를 그냥 둘수가 없어 겉절이 하려던 것을 그냥 막썰어 절이는 과정도 생략하고 가

는소금과 각종양념을 넣어 막 버무려 놓았다. 당연히  바로 해놓은 일명 막김치는 숨도 죽지

않은채 양념속에 살아있었으니 기분만 영 안좋았었다.

하루가 지나고 점심먹을때쯤 열어보니 숨죽어 살짝익어가며 올라오는 맛이 꽤 먹음직 스러

워보였다. 두젓가락쯤 덜어서 먹었더니 웬걸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비도오고 날도 궂은데 기분도 좋아지고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번 열무김치에 이어

누가 와도 내놓을 정도는 된다고 자부한다.

사실 요즘 친정쪽 일을 신경쓰느라 긴장을 무척많이 하고 사는데, 틈틈이 시간나는대로 밑반

찬이나 간단하게 한때 먹을 김치정도는 해놔야 직성에도 풀리고 누가봐도 면목이 서는 일이

다. 친정쪽에 어지러운 문제만 안생겼어도 지금쯤 나름대로 이런일 저런일 벌려놓거나 돈되

는 일에 매달려 있을텐데 생각해보면 나도 그리 인생 편하게 가지는 못하는 부류중 한사람쯤

되나보다 싶다. 그냥 순리대로 인정할 것 하면서 내 나름대로 뭐든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어제도 김치 담그며 괜시리 시어머니 탓하며 그냥저냥 이유묻지말고 해줄때 그냥 좀더 해주

시지 싶었다. 하긴 시어머니는 김장김치나 봄에 잠깐 담그는 김치종류는 손이 커서 한번에

많이 해서 두고두고 먹고 몇번 더 와서 가져가라지만 그것만 바라보는 내 심정이 그리 편치

가 않다. 신김치를 내가 잘먹는다고 해서 항상 나도 신김치만 먹겠는가.

이제는 묵은김치보다 그때그때 해먹는 김치가 한결 정성스럽고 맛깔스럽다.

있는대로 시장봐다가 미리미리 조금씩 사다가 모아둔 양념들로 짜맞춰진 김치.

이것저것 더 도전하고 시도해보다가 나만의 요리법을 개발하고 소개할 날도 오겠지.

뭐 하나 하다보면 재미있어지고 그래서 더 연구하게 되고.. 살림도 하다보면 요령도 생기고

터득하게 되는 지혜가 생기니 끝이없는 노동만은 아닌것 같다.

작은 것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작은 소리에도 귀기울여 더 큰 이문이 남는 법을 조만

간 알게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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