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전화오는 사람..바뀐 전화번호를 이리저리 물어 걸어오는 사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작년 8월에 입주해서 벌써 1년이 거의 다 되어가지만 옆집과 아랫
집과는 서로 모른 채 엘리베이터 타는 시간조차 달라 모르고 지내는게 어느새 편하게 되어버
린 건지조차 모르며 살고 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좋을리 없고 이렇게 사는 건가 싶기도 하
다. 나와 아이는 작년 이사오기 전부터 형편상 매일 외출했었고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식구들도 있었고 이래저래 가까이 할시간을 놓치고 말았던 것같다.
3월쯤에는 집에 와서 자고 가는 초등생까지 있어서 아랫집 아저씨가 한밤중에 와서 쿵쿵거
렸다고 문밖에서 난리까지 치고 갔으니 다시 얼굴 볼일은 거의 희박한 현실이다.
옆집은 50대후반가까이 되보이는 두 부부와 성인이 된 두 딸로 보이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장
에 가끔 가는 것 외에는 보이지도 않는 성격탓에 몇번 고개를 꾸뻑이기도 했고 지난 가을에
는 한번 놀러가겠다고 했었던 나의 말이 기억 저만치 사라지게 되고 말았다.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까지 한 현실...그러나 내 현실은 늘 나혼자 안타까와 하고 나혼자 슬
퍼하다 말았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현실은 그냥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 단지 경비 할아버지는 우리 아이가 처음부터 얼마나 따르고 인사를 하는지 이제 나 역
시 인사안하기가 쑥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할아버지보다는 아저씨가 더 어울릴 정도로 곧고 반듯한 체형에 항상 빠릇빠릇 열심이신 분
이다. 토요일 아침마다 쓰레기 분리할때면 큰 박스에다 가져가 이리저리 분리하는 내 옆에
슬그머니 와서 도와주신다. 처음에는 그냥 두라고 했는데 그래도 아저씨 눈에는 내가 아이와
항상 인사도 하고 가끔 안부도 묻고 해서 그러시는 것 같다.
아이와 나는 그냥 할수 있는 것, 마땅히 인사받을 사람에게 그렇게 하는 것 뿐인데........
그냥 의문을 남기지 않고 지나치다가 들어가서 인사를 건네고 싶은 사람들을 주변에 많이 두
고 싶고 또 앞으로는 그러고 싶기에 가끔 안하던 짓도 한다.
전에 살던 곳에는 한적한 곳에 통나무 집으로 찻집을 만들어 지나가는 차들이 잠시 들어와
차도 마시고 부담없이 쉬어가며 재미있게 장사도 잘 하는 사람이 있었다.
많이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다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아~ 저렇게도 하는구나 하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요란하지 않은 분위기 그냥 자연스럽고 편안한 공간, 잔잔함으로 웅성거릴수 있는곳, 벽에는
펜으로 왔다갔다는 얘기부터 하고 싶은 말 맘껏 쓰고 도배할수 있는 곳---
내 마음에도 역시 항상 부담없이 편하게 항상 그렇게 만날수 있는 사람들과 그러한 공간을
만들어 항상 공유할수 있는 소망이 있다.
인연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안의 작은 소망과 더불어 따뜻하게 나누며 풋풋하고 아름다운 시간들이 되기 위하여 내가
먼저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건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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