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예찬
아줌마!
참으로 친근함이 깃든 단어이다. 주변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존재이며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하다. 아줌마라는 단어는 결혼을 한 모든 여성에게 해당되는 말이지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여자는 ‘새댁’, 오십 살을 훌쩍 지나 육십 줄에 들어서면 ‘할머니’ 라 부른다. 연령상으로 볼 때 새댁과 할머니 사이에 ‘아줌마’가 있다.
요즘엔 남자와 여자 그리고 또 하나의 성으로 아줌마를 든다. 그만큼 아줌마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아줌마의 이미지는 억척스럽고 뻔뻔스럽고 아무 때나 목청 높이는 사람쯤으로 인식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가족들과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다보니 그리 된 것을 아줌마만 탓할 일은 아니다. 이 세상에 아줌마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무뚝뚝한 남자들 사이에서 누가 살갑게 그들 사이를 이어줄 것인가? 아줌마는 단순히 밥하고 빨래하는 존재가 아니다. 아줌마는 이 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다분하다. 한 집안의 경제를 관리하는 주체로, 평생을 같이 할 남편과 때론 친구처럼, 연인처럼, 어머니처럼, 여동생처럼, 누나처럼 분위기에 맞게 상대역이 되어준다. 또한 남편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 동업자로 조언자로, 매니저로서 일인다역의 역할을 똑 부러지게 해내고 있다.
남자들은 아줌마들을 자기들보다 약하고 부족한 존재로 여기고 적당히 무시할 때도 있고 항상 여자들 위에 군림하려한다. 하지만 아줌마 없는 세상을 한 번 상상해보라 얼마나 삭막하고 재미없을지. 아줌마인 아내가 있으므로 남자들도 알게 모르게 힘이 나는 것이다. 아내 앞에서 큰소리도 쳐보고 객기도 부리면서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확인한다. 남자들끼리만 살아간다면 슬프거나 외로울 때 하소연 할 대상이 없어 소주잔만 기울이다 잠이 들 것이다. 무시하면 무시하는 대로 예뻐하면 예뻐 하는대로 마치 ‘가는 철사’처럼 수시로 휘어지고 구부러지면서도 단단한 본성을 간직하며 가정을 지켜나간다.
이 땅의 아줌마들은 육아전문가로 생활인으로서의 경쟁력을 가진 일인자로 교육자로 요리사로 은행업무 전문가로 집안 대소사 챙기는 전문가로 생활 속 모든 분야에서 ‘달인’으로 살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점심 한 끼 사먹기 아까워 할 정도로 오로지 가족을 위해 무한한 희생적신으로 일관해 왔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무리 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도 아줌마들의 공로가 매우 크다.
가끔씩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아줌마들의 모습에 감동할 때가 많다.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문인으로 또는 달인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아줌마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계에서부터 정치, 경영, 기술, 상업, 무형문화재, 공예가, 예술가, 요리사 등 참으로 여러 분야에서 나름대로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아줌마들이 많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금녀의 구역’이 없는 것 같다. 이 땅의 모든 일들이 아줌마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아줌마들은 생활 속에서 톡톡히 한 몫을 해내고 있다.
한 때 나는 ‘아줌마’라는 단어를 듣기 싫어하던 때가 있었다. ‘아줌마’하면 푹 퍼지고 외모에 신경 안 쓰는 이미지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아줌마라는 단어가 아주 친근감 있게 느껴진다. ‘아줌마’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요즘 아줌마들은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각기 맡은 분야에서 자신의 숨은 ‘끼’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예전처럼 까막눈에 셈이 더디고 부스스한 모습의 아줌마이미지는 상상할 수 없다. 사회분위기에 힘입어 아가씨 못지 않게 몸매가 좋아 소위 ‘몸짱아줌마’도 많고, 배운 것이 많아 가정생활도 지혜롭게 꾸려나간다.
아줌마라는 존재만큼 야무지고 감성적이며 희생적인 존재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아줌마는 가족들을 위한 일이라면 목숨도 내놓을 만큼 가족애가 강하고, 아끼는 일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수준이다. 생활 속에서 체득한 지혜로 똘똘 뭉친 아줌마,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내 아이, 내 남편, 내 부모 같아 기꺼이 도와주고 슬픈 일을 보면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는 아줌마, 가족들의 성공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면서도 결코 후회하는 법이 없다.
아줌마들의 희생적인 생활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한다. 가족들의 풍성한 저녁식탁을 차리기 위해 많은 식 재료를 구입해 비적거리며 들고 가는 모습, 아기에기 젖을 물린 엄마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아픈 아이를 위해 힘든 줄도 모르고 밤을 지새우는 모습, 병든 남편의 수발에 긴 세월을 다 바치는 모습, 늦게 돌아오는 가족들을 위해 정성껏 간식을 준비하는 모습,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모시면서도 늘 밝은 모습으로 주변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모습, 멀리 떠난 가장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밤늦도록 일을 하는 아줌마의 모습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예전에 비해 요즘은 아줌마들의 수준도 상당히 놓아졌다.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도 우두커니 집에서만 지내는 주부는 그리 많지 않다. 문화센터들이 많아지면서 아줌마들도 사회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서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갖가지 강좌가 열리는 족족 성황을 이룬다.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더라도 자기계발을 위해 영어를 배우고 춤을 배우고 악기연주에서 문학에 이르기까지 ‘끼’를 가진 아줌마들이 참으로 많다. 살림도 단순히 남들처럼 하고 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개성있게 살아갈지에 관심이 더 많다. 사회 곳곳에서 표나지 않게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며 살아가는 당당한 아줌마들.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다니며 가는 곳마다 행복의 바이러스를 옮기는 아줌마들. 나는 아줌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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