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 정리도 다 하고 손님도 일찍 끊겼다. 아마도 월요일이라는 한 주의 시작을 위해 오늘을 마무리 하는 까닭이리라.
맥주 한 잔 들이키고 책상앞에 앉는다. 이러다가 알콜중독 되는 건 아닌지 몰라 (설마 맥주 한 잔에?)
남편이 일주일째 도움이 안 되니 정말이지 음식점을 혼자 경영한다는 게 이다지도 고달프고 힘든 건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한편으론 거짓웃음을 지어야하니 서럽기 조차 하고, 파랗게 젊은 손님들한테 우습지도 않은 농담을 들어야 하니 내가 어려보여서 그런가 보다하고 좋아해야 하는 건지 어찌해야 하는 건지 이거야 원!
오늘따라 왠지 우울해지고 비참해지며 엄마없는 설움의 강도가 커진다. 날씨 탓인가?-하긴 지금이 장마철이긴 하지만....- 월 말의 회식분위기 덕에 매출은 올랐지만 갈빗집 일에 젬병인 파출부를 둘씩 데리고 일을 하려니 말그대로 난리도 아니다. 손님들은 이거달라 저거달라 아우성, 여기서 띵동 저기서 띵동, 어떤 손님은 술을 이기지 못해 바닥에 누워버리지만 동료들은 거들떠도 안 본다. 어떤 손님들은 웃으며 건배로 시작하더니 이런 @#$%&*같은 쒸레기! 이리 나와! 라는 육두문자로 끝을 맺는다. 어떤 손님은 세무서가 어디냐며 지퍼를 내리기 일보 직전이고 어떤 손님은 맛좀 보게 써비스로 쇠고기를 달라 조른다. 어떤 손님은 시끄러워서 못 먹겠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반면 어떤 손님은 난데없이 아가씨를 찾는다. 또 어떤 손님은 신발장에 있는 본인의 신발도 몰라보고 30만 원짜리 신발 내 놓아라 으름장을 놓는다. 어떤 손님은 신발 내 줘서 고맙다고 팁을 오 천원이나 주시고, 나는 커피를 타 드리며 " 사 천원짜리 커피 제가 쏩니다" 라고 너스레를 떤다.
어떤 손님은 홀직원에게 만원을 팁으로 주더니 계산대에서 이 만원을 깎는다.
점입가경이란 이런 게 아니겠나 싶다.
환장하기 일보 직전,
숯불을 너댓통씩 들고 왔다갔다 하니 한 초로의 여자손님이 남자가 할 일을 어쩜 그리도 잘하냐고 혀를 내두른다.
젊은 남자손님이 고기를 스스로 자르기에 얼른 달려가 제가 해 드리마고 가위를 뺏었더니 자기도 그런 거 잘 한다며 멋적게 웃는다.
나는 천진하게 웃는 그 모습이 고마워서 주류 냉장고를 열고 드시고 싶은 거 맘껏 꺼내 드시라고 했다.
착한 주방장이 첨으로 코피를 쏟는가 싶더니 불같은 성격의 홀직원 하나가 유리컵에 손가락을 베고, 아쉬워 부른 큰딸은 직원과 부딪혀 뜨거운 기름에 발등을 데고 말았다. 지하실로 내려가 눈물을 짜는 딸애한테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생기니 이해하라며 얼음을 대 주면서도 맘이 아프다.
그런데 이건 또 웬 일인가?
가게 앞에 서성이던 고양이 한 마리가 새끼 날 자리를 해 달라고 하루 종일 울어대더니 급했는지 결국은 숯불장칫간 앞에서 출산을 한다. 이 놈의 고양이 벌써 세 번째 임신이다.
바빠 죽겠지만 어찌 성질 낼 수 있을까. 아쉬운대로 박스를 털어서 건물 뒤 한 켠에 집을 마련해 주었다.
건너편 약국에 가서 직원 손에 붙일 반창고하고 내 허리밑으로 빙 둘러 붙일 쿨파스 두매를 샀다.
그리고는 맥주 한 병 마시고 ( 내 주량임) 집에 들어가니 남편은 쳐다도 안보고 밥 좀 달란다.
하루종일 쫄쫄 굶어서 머리가 어지럽단다.
"국수 좀 비벼"
국수 비벼 주고 파스 석장 붙이고 화장도 안 지우고 샤워도 안 하고 발도 안 씻고 머리도 안 감고 숯불갈비 구수한 냄새나는 몸으로 그냥 그렇게 잠이 든다.
큰일이다. 내일은 학원이고 도서관이고 아무데도 못가겠다.
홀써빙이 힘들어서 낼 쉬겠단다.
빨리 사람 구해야 할텐데....
이 몸은 죽어서 썩으면 지렁이도 안 먹겠다. 너무도 독하게 살아서^^
식당 경영하는 여자들...
겉으론 화려한 유한마담같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찌보면 참으로 외로운 막노동꾼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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