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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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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0원짜리


BY 사월향기 2007-01-31

사십평생 구경도 못한 밥을 먹었다.

네식구가 단칸방에서 살면서도

로스구이가 뭔지도 모르고 자랐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친구들이 로스구이 먹으러 간단다.

삼겹살을 불에 굽는 게 로스구이란다.

고깃집을 하면서 이제야 알았다.

 

지금은 로스구이라 아니한다.

숯불구이가 맞는 말이란다.

 

 그러나 나는 오늘, 로스구이보다 더 비싼 밥을 구경했다.

엄밀히 말해 그건 밥이 아니다.

웨스턴 스타일 정찬으로 보인다.

결혼생활 이십여 년만에 45,000원짜리 안심스테이크를 먹었다.

반팔십 생을 살면서 그렇게 비싼 음식은 첨이다.

 

5,000원짜리 백반만 먹고 팔다가 아홉곱절이나 비싼 양식을 먹으려니

자세마저 긴장된다.

같이 간 일행들이 한 술 더 뜬다.

왼쪽 옆에 앉은 아저씨는 김치를 달랜다.

건너편 아저씨는 단무지를 달랜다.

부부동반인데 어떤부인은 다른 남자에게 포크 사용법을 가르친다.

내 남편은  네 덩어리는 먹어야 양이 차겠단다.

럭셔리, 엘레강스는 껍데기에만 써 있다.

 

모두들 쑤근거린다.

도야지갈비에 된장찌개가 최곤디......

 

그모임에 참석하려고 70%할인된 코트를 샀다.

쫌 크다.

아니 내가 작은 거다.

 

아까워서 커피까지 원샷했다.

나오면서 사람들이 한마디씩 한다.

뱃속에 뭐가 들어갔는 지 모르겠네......

한국사람들이다.

 

결정적인 것은 내 돈을 안 냈다는 것.

단체장의 보스께서 신년하례인사로 낸 거다.

그래도 뱃속이 이상하긴 하다.

 

아무려면 어때

티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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