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주변이 공장지대라 그런지, 어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기가 맞물려서인지 외국인들이 심심챦게 들어온다. 마치 동네 일대가 다국적으로 믹스된 하나의 신형도시같다.
주말과 공휴일이면 오히려 피부색이 까무잡잡한 동남아인 일색이다.
이것도 하나의 아이러니인가. 요즘은 거의 매일, 혹은 며칠 건너씩 나의 짧은 영어실력을 시험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주 목요일에는 일본인이, 금요일에는 독일인이, 주말에는 인도인들이 식사를 하러 왔었다.
그 날도 한결같이 분주하게 손님사이를 휘집고 다니며 부리나케 일하고 있었는데, 저녁 여섯 시 반 경에 현관쪽에서 남편이 "영어! 영어!" 하며 나를 부른다. 실실 미소를 쪼개며
고개를 돌렸더니 웬 잘생긴 일본남자가 머뭇거리며 서 있다. 순간 안타까운 맘으로 "May I help you?" 했더니 단돈 5000원으로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그는 한국어를 못하고 나는 일본어를 못하니 당연히 기초 영어 한마디 한마디가 유용하게 되었다. "Of course, why not?" 하며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예약으로 인해 좌석이 거의 찼지만, -주말 경에는 좀 그렇습니다- 단체가 오는 시간과 일본인의 백반 먹는 시간을 감안해서 식사를 하게끔 아량을 베풀었다고나 할까?
금요일에 방문한 독일인은 하루에 두번 씩이나 우리 업소를 찾아주었다.
낮에는 비빔밥을, 저녁엔 갈비를 주문했다. 커다란 몸집답게 맥주도 무지 들이 마신다.
" Where are you from?" 했더니 "Germany." 한다. 하고픈 말이 혀끝에서만 맴돌아 감히 더 이상 말을 못 뱉겠다. -되지도 않는 영어 했다가 망신당할까 봐- 식사 후 "Thank you, See you someday." 했더니 " I'll come again only to see you next week." 한다.
내 남편이 옆에서 보고 있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 같다.
나도 그 뜻이 인삿말인지 only를 왜 썼는지는 헷갈리지만, 어쨌든 그 거인은 다음 주 월요일에 어김없이 왔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말이다.
에그머니, 영어 한마디 했더니 열 마디 던진다.
그러나 친절은 나의 신조요, 영업의 목표는 이윤, 즉 돈이 아니던가.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화이트칼라건 블루칼라건 손님=거시기(돈)이기에 열심히 상황에 맞춰 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내가 아줌마란 소리는 죽어도 못하겠다.
왜?
넌센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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