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시가 조금 넘어서
"바빠요, 저녁에 볼까엽? 라고 지난 여름 같이 고생해준
경아씨가 문자가 왔다.
같이 근무하는 언니랑 약속을 정하고
경아씨는 장을 보고 우린 우리가 근무하는휴양림 데크를
이용해서 한잔 하기고 하고 사무실 뒤에 있는 밭에가서
깻잎이랑 고추랑 쌈거리 조금 준비하고
6시가 조금 넘어서야 소주한잔에 삼겹살 구워 시원한
나무아래 냇물소리와 함께 수다가 시작되었다.
오늘 모인 세사람 모두가 맏이들이다.
그리고 특별히 말수가 많은 사람도 없고
특별히 성격이 모난 사람도 없다.
처음 이곳에 이사와서 말할 상대가 없었던 나에게는
누가 봐도 무지하게 발전한 모습이다.
모여 앉아 술한잔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것이
경아씨는 두살이 작은 풍채 넉넉한 아짐이다.
만난지 이제 한달이 조금 넘었지만
맏딸이라는 공통점이 우리셋을 자극했다.
술은 가끔 날 용감하게도 만들고
맘 속에 있는 이야기도 나오게 만드는 힘이
생기는 것을 안지 얼마 되지 안았다.
소주 한병에 맥주 한병 그것이 우리 세사람이 합친 주량.
가슴에 다들 돌덩이를 하나씩 안고 살아가는
우리 세사람
경아씬 오랜 세월 친정 아버지 병수발을 혼자한 모양이다.
거기에 지금은 시집안간 동생이 암으로 투병 중이고
부모 안 계신 집안의 맏이 놀음이 얼마나 힘들꼬
그래도 든든한 신랑이 있어 그늘진 모습을 조금은
감싸쥐고 사는 것 같다.
나랑 같이 있는 언니는 술이 들어가도
도통 말이 없다. 그냥 우리들 이야기만 듣고 앉아
한두어 마디 맞장구 치기가 다인 것을
평소에 한두마디 하는 것을 보면
참 많이 참고 또 참고 사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경아씨랑 난 한잔하고 나면 털어 놓으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 언니는 조금은 흩트러진 모습이 보이기 싫은 것
아닌가 싶다.
아마 술 마시고 나면 말 수가 제일 많아는것이
나 아니가 싶다.
경아씬 새로운 직장을 구해 적응해 나가는 중이라고 한다.
우리의 재미 없는 수다는 데크옆의 가로등이 훤해 지고야
커피 한잔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내 이고약한 술버릇 술한잔 들어가면 잠을 자야하고
그렇게 서너시간을 정신 없이 자고 나면
출근해야하는 것도 잠시 잊어버리고
또 잠을 설쳐대니 이 어찌할 노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