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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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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남편(핸드폰)


BY 신진민 2006-11-09

아침 5시 50분 일어나야지 하면서 밤새도록

꿈속에서 해메던 몸을 손발을 쭉 뻗어

일으켜 세우면서 이리 저리 뒤척이고 있었다.

"아이 러브 유"

하면서 핸드폰이 문자 온것을 알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네. 애들 건강챙기고

특히 당신 건강 젤 중요해 소중한 사람"

이라고 남편이 문자를 보냈다.

가끔 이렇게 새벽녁에 밤새 아무일 없이

있었다는 증거로 문자를 보내주곤한다.

 

남편은 기계치라고 해도 될 만큼

디지털화가 되지 못한 사람이다.

불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핸드폰은 전화를 하고 받는 용도 이외에는

문자를 받는 일도

문자를 보내는 일도 하지 않을 뿐더러

전화번호는

수첩에 메모가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이였다.

물론 컴퓨터도 신문을 보는 이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남편을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할때가 많았다.

그래도 남편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본인이 해 온 것을 고집한던 사람이였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그런데 남편보다 젊은 친구들하고

일을 하게 되면서

문자를 보내야 한는 일도 받아야 하는 일도

있게 되니 자연 스럽게 문자를 보내는

실력이 날로 날로 늘어간다

가끔 나에게도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어

감동하게 만들 때도 있고

기분 좋은 아침을 맞게 해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남편은

늘 메모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한번은 아주버님이 부부싸움 끝에 핸드폰이 복구 불능상태에

빠진 적이 있었다.

전호번호같은 메모들이 날아간 상황에

남편은 보란듯이 수첩을 내보이면서

"그래도 아날로그가 좋제...?"

하면서 아주버님을 한방먹인 적이 있었다.

그동안 아주버님은 남편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하는

사람중의 일등 공신이였으므로 대략 난감한

사항을 남편에게 보여준 모양새가 되어 버린 적이 있다.

 

이제는 남편도 메일이나 기본적인 인터넷 뱅킹같은 것은

스스로 하지만 아직도 남편은

펜을 잡고 글쓰기를 좋아한다.

 

우리가 부산으로 다시 이사오면서

월말 부부 하기로 하고

약속한 한가지가 이렇게 핸드폰이나

메일 말고 예쁜 편지지에

펜으로 글을 써서 보내는 것이였다.

그런데 아직 난 한번도 실천을 못했다.

오늘 저녁에는

연애 편지 쓰는 기분으로

남편이 바라는 일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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