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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일기 4 / 경비원 아저씨


BY 그리운섬 2007-04-04

노점일기 4 / 경비원 아저씨



글/김덕길





매서운 한파가 아파트 베란다를 쉬임없이 갉아먹던 날, 나는 추위를 무릅쓰고 알뜰장에 나갔다.

장이 서봐야 이런 추위속에서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나오지도 않는다. 김장김치가 있으니 그걸로 떼우면 될테고 따스한 마트에 가서 아이쇼핑을 하면서 찬거리를 사와도 아파트의 하루는 춥지않을 테니까.



나 역시 아파트에 사는 사람으로서 아파트 생활에 대해 지나친 후회는 해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신세대로 갈수록 아파트는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제 격을 다 갖추고 살아간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다만, 내일일을 알 수 없이 값이 요지부동인 그것이 문제이겠고, 흙을 밟으며 흙과 함께 호흡하며 살 수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텐트를 치고 물건을 깔고 자리를 다 잡았는데도 사람들은 나오려 하지 않았다.

경비아저씨께서 오셨다.

"전에 하던 젊은 양반 아니슈?"

"아 저의 형님 말씀하시는 군요. 제가 동생입니다."

"추운데 고생많수. 이렇게 추운데 사람들이 어디 나오겠수?"

"그러게 말입니다. 부탁 좀 드릴께요. 전기 좀 쓰면 안되겠습니까? 휘발유로 발전기를 돌리느니 전기료 드리고 전기를 쓰는게 편하지 싶어서 그럽니다만."

"그건 내 담당이 아뇨. 부녀회장에게 물어보슈"



관리실에 가서 부녀회장님 전화번호를 따서 전화를 드렸더니 만원을 달라고 하셔서 오천원에 합의를 보고 전기선을 연결하였다. 세찬 바람이 사뭇 살을 에이는 지독한 추위였다.

너무 추워 텐트 한쪽에 바람막이도 없이 웅크리고 덜덜떨고있는데 다시 경비아저씨께서 오셨다.

"아이고 얼어 죽겠수. 비닐이라도 치고 있지 추운데 그러고 계슈?"

"일기예보를 듣지 못하고 왔거든요. 춥긴 정말 춥네요 하하"

"난로 하나 드릴까요? 쓰던거 있는데."

"정말요? 이거 감사합니다."

"맨입으로 안됩니다. 하하"

"그럼, 여기 뻥튀기라도 드시죠."

"하하하 농담입니다. 내 젊은이를 보니 너무 부지런하게 사는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바람속으로 전기 히터의 붉은 빛이 조근조근 내려 쬐었다. 지독한 추위에 바람막이도 없는곳에 난로를 핀들 얼마나 따스할까만은 비록 내 손과 발은 얼더라도 내 마음은 경비원 아저씨의 저 훈훈한 마음의 열기로 인해 한층 더 뜨거워지고있었다.



아직도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임에 틀림없다.

저녁무렵 다시 경비원 아저씨께서 오셨다. 그리고 할머니 한 분께서 꼬마전병을 사러 오셨다. 할머니께서 말씀 하셨다.

"꼬마전병 이것으로 두 개 주시구랴!"

"네 감사합니다."

인사를 크게 하고 물건을 건네드렸더니 할머니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자 이건 아저씨 드셔요. 추운데 경비서려면 얼마나 힘들겠소?"

할머니께서는 경비원 아저씨의 추위까지 생각하고 계셨다.



훈훈한 마음이 아파트 안에 가득차니 이제는 더이상 춥지 않았다. 내가 해 드릴 수 있는것은 다른게 없었다.

이 아름다운 마음을 글로 만들어 정에 목말라 하는 다른 이들에게 잠시의 웃음이라도 드릴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할 도리일 거라고 감히 생각해 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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