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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일기 3 / 아파트 알뜰장 체험기


BY 그리운섬 2007-04-01

노점일기 3. / 아파트 알뜰장 체험기

 

글/김덕길

 

 

 뻥튀기 사업을 시작한 첫날 38만원이라는 매출을 올린 나는 부푼 마음으로 노점상 단속이 없는 아파트 알뜰장으로 장을 따라 가기로 마음먹고 회사에 연락을 취해 조그만 알뜰장을 소개받고 출발했다.

 

 처음 와 보는 병점이었는데 아파트는 300여세대가 되어보였다. 날씨는 춥고 바람은 심하게 불어서 장사하기에는 영 좋은날씨가 아니었지만 나는 아파트 알뜰장에서의 첫 영업이었는지라 기대를 가지고 자리를 폈다.

 자리를 펴고 아무리 접시뻥을 튀겨도 사람들이 사가려고 와 보지 않는다.

 '왜 그렇지? 왜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거지? 내가 뭘 잘못하는건가?'

 시간이 지날 수록 초쵀해져가는 마음의 갈피는 파도가 되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조바심은 발끝에서부터 시작되더니 급기야는 안절부절 어찌할 줄 모르며 추위만 탓하고있었다. 나 아닌 다른사람들도 매 한가지로 장사가 되지 않았는데 내 바로 옆집 순대집은 불이 날 지경으로 장사가 잘 되었다. 사람들이 나오면 다들 순대와 떡볶기를 사러 갈 뿐 뻥튀기를 사러 오는 손님은 없었다.

 

 저녁 7시까지 겨우 매출이 65,000원이었다. 여기에 장비 15,000원을 주고 나니 손에 쥐어진 돈은 고작 5만원뿐 매출 60퍼센트를 잡았을 때 겨우 3만원을 번 것이었다.

 참담했다.

 한때는 잘나가던 내가, 한때는 일을 하러 나가기만하면 백여만원을 쥐어가지고 집에 들어오던 내가, 고작 6만원을 팔고 집에 들어오려니 집사람 볼 면목이 서지 않았다.

 "우짜노? 장사 영 안되는데 이러다가 망하는거 아닌가 몰라"

 나의 푸념에 아내가 대답했다.

 "그러게 누가 뻥튀기 장사 하랬어? 에고 나도 몰라 자기 알아서 해!"

 내가 엎질러놓은 물이었으니 그걸 주워 담을 수있는 이는 당연히 나 일텐데도 자꾸 내 책임 아니라고 발뺌을 하고 싶은 것은 왜 였을까?

 다시는 아파트 알뜰장은 따라가지 않겠노라고 너무 이른 다짐을 하고 말았던 내가 그 후 1년이 지난 요즈음 절실히 후회하게 될줄은 그 땐 정말 몰랐었다.

 

 사람이 1년앞을 아니 하루 앞이라도 훤히 내다볼줄 아는 시안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을 겪으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성공에 이르게 되는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시시각각 변해가는 시간과 상황앞에서 나약해져가는 나를 보며  참 못난 사람이 나였다는 사실에 그날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런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애를 쓰는 이땅의 많은 노점상들 여러분들에게 용기를 내시라고 그리고 더불어 같이 분발하자고 이자리를빌어 말씀드린다.

 

 내일은 알뜰장 말고 아파트 단독장으로 가 볼까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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