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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일기 2 / 알뜰장 경기


BY 그리운섬 2007-03-30

노점일기 2./ 알뜰장 경기

2007년 1월 3일 수요일 맑음

시샘하던 추위도 새해에는 조금 쉬었다 추워지려는 듯 하늘은 참으로 온화한 이불을 둘러쓴 양 그 느낌이 사뭇 훈훈하였다.
참, 그러고 보니 내가 오늘 처음으로 올해 들어 내복 상의를 입었다. 예전엔 하의만 입었는데 오늘은 누가 보아주지도 않는 내 속살을 드러낼 필요도 없지 싶어 내복을 입고 추위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

풍덕천 사거리를 빠져나간 트럭은 어느덧 수원 우만 주공아파트 알뜰 장으로 날렵하게 달려 나갔다. 누가 먼저 오기 전에 내가 먼저 일터로 나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알뜰 장 에서 처음 장사하는 신입된 마음가짐이라 생각되기에 난 정성된 마음으로 일터로 나갔다. 벌써 나보다 일찍 오신 여러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안녕하십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어서 와요.”
벌써 삼주 째 알뜰 장 장사를 한다고 제법 안면이 익숙한 분들께서 반가움을 표하셨다. 나도 덩달아 그 분들에게 고운 미소를 건네 드렸다.

무거운 텐트를 내려 낑낑거리며 펼친 다음 의자를 깔고 의자위에 좌판을 깐 다음 그 위에 곱게 포장한 뻥튀기를 디자인한다. 진열은 어찌 보면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길지 않은 좌판에 어떤 모습으로 물건을 진열하느냐에 따라서 손님들이 물건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순간이 짧아진다. 그래서 깨끗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장사 준비가 완료되면 나는 곧바로 발전기의 시동을 걸고 접시 뻥을 튀기기 시작한다. 내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시식을 시킨다. 한 사람도 그냥 가게 내버려두는 법이 없어야 한다. 그것이 깨지면 장사는 보나마나 매출이 뚝 떨어진다. 내 실전 노하우로 보았을 때 이것은 정말 확실한 방법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그런데, 문제는 알뜰 장 경기가 너무나 형편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래도 제법 버틸 여력이 있다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의 비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숙녀복 사장님도 계속 공치고 계시고 심지어 호떡 사장님도 오전 내내 공치다가 오후 들어서 좀 팔리는듯했다.

내가 계속 운영하던 뻥튀기 가게를 벗어나서 시장판으로 뛰어든 확실한 이유는 바로 내 능력을 십분 발휘해보고자 함이었다. 가게에서는 매일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이 오고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시식을 시킬 수가 없었다. 나는 그래서 시장으로 나온 것이다. 앉아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 보다 직접 손님을 찾아나서는 쪽이 훨씬 사업이 더 잘 된다는 신념은 내 나이 스무 살 때 출판사에서 책 세일즈를 할 때부터 터득한 노하우였다. 비록 몸은 고달프지만 내 능력만큼 수입이 되는 영업은 그 만큼 보람도 크다. 비록, 많은 친구들이 성원해준 고구마 빵을 팔지는 못했지만, 더 큰 사업을 위해 나는 지금 도전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꿈꾸는 자는 용기 있는 자다. 꿈조차 꾸지 못하는 사람보다는 얼마나 위대한가?
내 꿈 속 어딘가에 용기 있게 들어 서있을 내일의 희망에게 나는 말하리라.
“희망아! 포기 하지 마! 우리 힘차게 달려가 보는 거야!”

-계속-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