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갑고 착한 우리 아들은 때론 남편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기분 좋으면 마트가서 먹을것 잔뜩 사다가 쟁겨놓고
기분 좋으면 엄마아빠 외식도 시켜주고
기분 좋으면 엄마 놀러갈때 기죽지 말라고 옷도 사주고
기분 좋으면 체육대회 가는데 운동화가 변변찮네 하며 중얼거리고
한참 운동장에 가서 운동하면 어느새 엄마 아빠 운동화 사가지고 와서
신겨주고 가기도 하고
기분 좋으면 세미나 가서 테이블 위에 꽂아 둔 꽃들 행사 마치고 버리는것 보면
추운 겨울 맨손으로 손이 빨개지도록 꽃을 들고와 엄마 손에 쥐어주는 녀석
엄마가 아프면 안된다고 영양제 사다가 엄마아빠 이거 먹으라고 챙겨놓는 착한 아들
엄마가 아프면 이산 저산 돌아다니며 산딸기 따다가 병원으로 가져오는 아들
어릴땐 엄마 생일이면 미역국 사다가 데워주며 엄마 눈감아 하고 안겨주던 아들
아이구 허리 아파.. 하면 10살 아들은 용돈 모아 두었던것 가지고 나가 핫팩 찜질하는것을 사다가
주는 아들 마음이 이루 말할수 없는 아들이 말을 안하고 있으면 나는 무섭다
어제는 친정 오빠가 누가 디지털 피아노 안쓴다고 내 생각이 났다며 가지고 가라고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은 밥 9시 광명시로 달려갔다
난 방에 놓을 공간을 치우느라 한참인데 조금 있으니 막내아들은 낑낑대고 물을 사 들고 들어오며
내동댕이 친다..
집에 들어오면 복잡한 살림때문에 화가 치민댄다
다 버려.. 제발 좀 버려 한다.
이눔아 나도 버리고 싶은데 어쩌냐 젓갈도 간장도 매실 효소도... 마늘도.. 신발도 다 버리랴...
엄마는 욕심쟁이란다. 맨날 쌓아 둔다고...
내가 사기를 하냐.. 누가 주는것이 천지니 그래도ㅗ 울아들은 무조건 엄마 탓만 한다.
나도 화가 치민다.
엄마도 스트레스다 좁은집 순간 화가 난다.
시동생 보증으로 우리 네식구는 맨날 말은 안해도 힘들게 산다.
십년넘게 엄마는 열심히 일해도 맨날 제자리다.
어제도 열시간 쌍둥이 아기 돌보며 업고 얼르며 온몸이 아프다.
나는 순간 화가나서.. 이눔아..나가면 될거아냐. 그랬다
지도 화가 났는지 나갈꺼야 순간 가슴이 벌렁벌렁
셔츠는 누가 빨아주고 다려주고.. 맨날 양말은 누가 빨아줄것이며
저는 세탁소에 맡긴다하지만 그게 쉬운일일까
맘속으로는 어디 한번 살아봐라 하고 싶었지만 난 단한번도 싫은 소리를 못한다
쥬스 한잔 먹고가는 아들은 물 한잔만 먹고 간다.
잘 다녀와 말해도 아무소리 안하고 간다.
맘이 슬프다 우리 아들.... 고생만하게 해서 맘이 아프다.
말 못하고 사는 엄마 가슴은 메말라 갈라지는 논바닥처럼 아픈것을 그 누가 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