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260

그 돈을


BY 김효숙 2015-07-20

엊그제 토요일 오빠가 전화를 하셨다 

보고싶으니 토요일에 오면 내가 맛난거 사줄께 하신다.

울오빠는 칠십을 바라본다.

엄마를 닮아 친정에 가면 오빠는 환갑이 된 동생 얼굴을 보듬어 주시며

이쁜 우리동생 왔어 ! 하신다.

엄마가 세상에 안계셔도 친정은 마음 따뜻한 오빠와 올캐가 있어

내 마음 또한 따뜻하다.

 

남편 친구가 보내준 자두도 한봉지 싸고

남편이 좋아하는 오뎅 주문해 두었던 것도 한봉지 싸고

울 시누님이 주신 비타민 도  한박스 쌌다.

 

뭘 가지고 갈거 없나하고  울 남편과 나는 보따리를 싼다.

 

친정에 도착하니 집앞 화단에는 내가 스무살 되던해인가..

여행을 가셨다가  동백나무 한그루를  사다가 화분에 심어 놓으셨던건데

지금은 두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작은 화단을  엄마 사랑 안고 무성하게 자랐다

둘이 안아도 더 크게 자랐다.

 

동백이 필 무렵이면 골목이 붉게 물들 정도로 피어난다.

 

난 그꽃을 보면 엄마가  그 꽃 앞에 서계셨던 생각에 마음이 울컥해 진다.

 

동백나무 앞에서서  엄마아.. 하고 한번 부르고 들어갔다.

반가이 맞아주시는 우리 오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오빠는 가장노릇을 말없이 담당하셨다

 

엄마를 닮아 누구탓도 아무말도 안하시는 울오빠

열여덟인지.. 하여간 그나이에 빵공장에 취직을 하여 가끔씩 집에 올때면

오빠 손에 들려진 빵은 세상에 가장 귀한 선물이었다.

 

참 착하고 착한 울오빠만 보면 힘든 마음들이 녹아내린다.

 

오빠!   남편도 착한 울오빠를 무척 좋아한다.

도착하니 점심시간.. 언니는 교회 봉사하러 가시고 밥을 먹었다면 얼른 가서 식사하고 오라고 하신다.

우리 셋이는 아구찜하는 곳으로 가서 맛나게 먹었다.

 

잠시 화장실에 나갔다오니 모두 일어섰다.

오빠댁에 오니 언니는 이것 저것 잔뜩 싸주셨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늘 마음이 부자이고 평안한 오빠 모습을 보노라면

내 마음도 부자가 된다.

대문을 열고 나오니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엄마 방에 대고.. 엄마 하고 한번 부르고

꽃밭에 동백나무를 보며.. 엄마아.. 하고 또 한번 부르고

주차해 있는 차에 와서 탔다..

저만치 오빠가 보인다.

잘가라.. 네에  오빠 조금만 기다려 내가 용돈 드릴날도  있을거에요

맘이 쨘하다..

 

한참을 가는데 남편이 셔츠 주머니에서 오만원 짜리 두장을 꺼내며

이거 오빠가 내 주머니에 넣어주셨댄다..

아니 그걸 받았어요? 했더니 그럼 어떡하냐고 한다

남편은 반을 내게 건낸다. 에궁..

 

경비를 하시며 얼마나 버신다고 힘든  제부에게  많은 돈은 아닐지라도 건네주고 싶은

오빠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이십여년 전에도 우리가 힘들때 오빠는 가끔씩 들리셔서 십만원을 건네며

아이들 맛난 고기 사주라며 하셨는데 이십여년이 지나도 아직도  힘들게 사는 동생이 안스러우신가보다.

 

울오빠는 나의 아버지나 마찬가지이다

울오빠는 나의 엄마나 마찬가지이다.

 

참 착한 오빠 나는 무엇으로 그 사랑을 갚지?

효도를 못한다고 총각시절 잘도 울었던 울오빠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 이젠 엄마도 천국에 가시고 동생을 돌봐주지 못해

가슴으로 우는 울오빠 내가 얼른 잘되면 더욱 잘하며 살아야지

 

난 지금도 오빠가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참외를 좋아하시는 엄마를 위해

술에 취해 누런 봉지에 담은 참외를 들고 오다가 집앞에 있는 연못에  젖은 참외봉지가 터져서

연못으로ㅗ 둥둥   떠가니 오빠는 풍덩 연못으로 뛰어들어 그ㅡ 참외를 하나씩 건지던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은 술도 안드시고 믿음생활도 잘하시고 생에 하루에 감사하며 사는  세상에서 가장 가슴이 따뜻하고

마음이 부자인 오빠로 살아가심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