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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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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아파도 네가 살아날 수만 있다면


BY 김효숙 2014-04-18

아침 저녁 출근하는 길은 차가 다니는 밑으로 뚝방천이 있다

작은 실개천이라고 하기엔 모양뿐

그곳에 흐르는 물은 이끼와 떠내려 온 모래뿐이다

 

처음 만들어졌을때는

우와 하고 감탄사를 자아내며 신이나서 걸었던 길이다

몇년이 지나니 구청에서  심어 놓은 꽃들은

시들해져 가고 온갖 이름도 모르는

잡풀로  꽃나무들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수북히 나무 밑에서 자라 여름이 오기전이면 

모자를 쓴 것 처럼 초록색으로 덮여 있으니 말이다.

퇴근길 귀가 아파 얼른 병원에 가려고 뚝방길을 뛰었다

길가에 이십미터 늘어진 라일락이 한참 향기를 뿜어내야하는데

꽃은 몇송이뿐  잎사귀조차 피어나지 못하고

 마른 나뭇가지로  시름하고 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나무 밑에 자라는 들콩처럼 생긴 풀들을 맨손으로 뽑아내는데

너무 많아 금새 손은 파랗게 물들어가고 아파왔다.

 

우리 엄마도 그랬는데

 길가다 아픈 꽃보면 풀도 뽑아주고 그랬는데

나도 엄마를 닮았다

손이 뻣뻣하도록  풀을 뽑다가 집으로 왔다.

아파트 단지는 단지내 연산홍꽃이 화려하게 피어도

꽃이 질때면  어느새 들콩풀은 아파트 까지 날아와 꽃나무마다 덩굴져

자라지 못하게 꼬깔을 씌워 버린다.

 

아침 저녁 오가며 눈에 띄는대로 풀을 뽑아주고 아가랑 유모차를 밀고 갈때도

뽑아주곤 한다.  언젠가 몇시간을 손으로  뽑아주고 집에를 갔는데

밤새 온몸이 아파왔다.

아기를 안아줘서 그런가 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담쟁이 넝쿨처럼 단단히

나무를 휘감은 풀들을 몇시간 뽑아준 것 때문에 온몸에 몸살아 난것이다.

 

며칠전 낮에도  뚝방길에 묵은 덩굴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연산홍이 덩굴속에서

분홍색 꽃을 피워내는데 어찌 속이 상한지 맨손으로 치워주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여자들이

날보며 뭐하고 있느냐고 묻기에 꽃이 올라오지 못하잖아요 했더니

어머.. 아줌마에 이쁜 마음에  꽃들이 참 좋아하겠어요 하고 이쁘게 말을 하며

우리 아이들 데리고 와서 치우라고 해야겠다하는데 아마  옆에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인가보다.

근데 며칠이 지난 오늘도 흔적은 없다.

 

오가며 휘감아지기 전에 풀잎들만 내가 잘라주어야지...

심을때는 홍보인지 보이기 위한것인지.. 사진도 찍었을게다

구청 홍보자료로 썼을까나.

얼마전에도 짚게 들고 왔다갔다 청소하는 아줌마들 있었는데

그런 풀들이나 좀 뽑아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돈받고 일하는거 꽃이 피어나지 못함을 보면 안타깝지 않을런지

모두가 내맘 같지 아니한 세상이지만 나도 아이돌보미로서  나라돈을 받고 있으니

그저 오가는 출퇴근 길이라도 풀을 뽑아줘야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꽃도 사랑하고  산책하는 이들이 이쁜꽃을 바라보면 좋아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