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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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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할머니 사랑


BY 김효숙 2013-08-14

때르릉 걸려온 한통에 전화 

집주소를 데거라  저 멀리 고흥에서 걸려온 전화속에 목소리는

식당을 할때  가게 뒷문에 오셔서 나물을 다듬어 주시던  고흥에서 오신 할머니다

혼자 사는 아들이 안스러워 시골에서 가끔씩 올라오시곤 했는데

동네 박스를 주으시는 할머니랑 우리 가게 뒤에 오셔서 나물 다듬을거  없냐며

도와주시곤 했었다. 가게 건물에도 주인 할머니가 한분 사셨는데

세 할머니는  아저씨 시장다녀왔나며  나물을 다듬어 주시곤 했었다.

김장을 하려고 배추를 사 놓으면  한 할머니가 다듬어 놓고 가시면

한 할머니는 절여 놓으시고 또 한 할머니는 씻어 놓으시고

서로 당신들이 먼저 하시겠다고 뒷뜰에 한바탕 질투에 웃음소리를 내려 놓으시곤 했었다.

 

쌀쌀한 날에는 따근한 커피를  끓여  할머니들과 나물을 다듬으며  마시는  그맛은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손님이 많은 날이면 아줌마들에게 맡기고 고기를 구워 상추를 가지고 나와

할머니들과 깔깔대며  나물을 다듬다 먹기도 하고 추운 날이면 따뜻한 방에 문 꼭 닫고

오리고기랑.. 삼겹살 구워  할머니들과 먹기도 했었다.

엄마처럼 훈훈한 정을 사랑을 주시는 할머니들이  참 좋았었다.

 

주인 할머니는 나를 만나고 부터 얼굴에 주름살이 펴진다고 하하 웃으시고

혼자 사시는 할머니는 종이 박스를 주워서 팔고 계셨는데

시장 다녀오면 모아지는 박스를 예쁘게 접어 모았다 드리면 고맙다고.. 하셨다

새벽기도 다녀오다가도 길가에 종이박스를 보면 주워다 할머니 집 앞에 갖다 놓는것이

내 일상이 되었었다.

초겨울 어느날이던가 할머니 생각에  따끈한 국물 데워가지고 가니 할머니는 이미 박스를 주으러 나가셨기에

열려진 문으로 들어가 아침 상을 차려 놓고 불도 넣지 않는 차디찬 바닥에서 기다리노라면

어느새 한바탕 박스를 주워 놓고  들어오신 할머니는 국냄새 풍기며 기다리는 날보시며

눈물을 펑펑 흘리시기도 하였었다. 할머니랑  차가운 바닥에 앉아 나는 커피를 마시고 할머니는 아침을 드시고

바라보는 나도 행복했었다.

 

또 고흥에서 아들네 오셔서 마땅한 친구가 없으신 할머니는 박스할머니를 졸졸 따라다니셨는데

그 아들이 혼자 살아 농사철이 끝나면 올라오셔서 돌봐주시곤 했었다.

낮에는 한식을 해서 국을 떠놨다가  가끔씩 봉지에 담아 문에 걸어놓고 오기도 했는데

그런 내 모습이 할머니는 이쁘셨나보다

 

하여간 가게를 그만두고  몇년에 세월이 흘렀다

주인 할머니는 풍과 약간에 치매로 병원에 계셔서 가 뵈었더니 수척해지신 모습에 놀라 얼마나 펑펑 눈물을 흘렸는지 나중에 그 며느리가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누가 그렇게 와서 날 위해 울어줄수 있냐고 하시더랜다.

얌전하시던 할머니는 너무 야위어 있었고 치매로 정신이 왔다갔다 하시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은 그렇게 얌전하시던 분도. 원치 않는 질고로  결국엔 아픔으로 늙어가시는 구나 생각을 하니 슬펐다.

 

박스 할머니는 딸이 있는 원주로 이사를 가신지 이년이 흘렀는데  아들도 원주로 이사를 와서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사셨다. 가끔씩 생각날 때 전화를 드리곤했었는데 어느 날 아들이 엄마 서울 가는데 제일 가고 싶은 곳이 어디야 했더니  나를 보고싶다고 데려다 달라고 하셨댄다. 계란집에 와서 날 찾으면 가르쳐 줄거라 했더니 계란집에 와서 찾으셨다.  깜작 놀라 가보니 할머니가 와 계셔서 얼마나 반가운지 둘이 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할머니는 나 오기전에 계란 한판 값을 지불하시고 나에게 마음이라며 전해주셨다.

지금은 나보다 나은 삶을 살고 계시다. 이 사랑을 어찌 다 갚으랴

 

고흥 할머니는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시더니 쌀 40키로를 보내주셨다.

쌀떨어지면 쌀... 계란이 떨어지니 계란... 한없는 사랑을 받고 사는 요즘 사람에 훈훈한 정을 느낀다.

사람은 늙어도 당신에게 마음써주는 그 마음을 아신다.

내가 베푸는 보잘것 없는 사랑일지라도  소리없이 잦아드는 아침 안개같은 푸근한 사랑이

오늘도 힘겹게 살아가는 내게  힘 내서 살아갈수 있는 버팀목이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