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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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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프 사랑


BY 김효숙 2012-10-09

가끔씩 세 아줌마가 우리 가게를 찾아 옵니다.

책을 좋아한다며 비치되어 있는 책을 가끔 빌려가는 그녀였습니다.

주문한 음식을 내어주고 우리 먹으려고 묵은지를 멸치넣고 된장 넣고

푹 지져놓은 것이 있어서 한 접시 갖다 줬더니

밥도 같이 먹었으면 했습니다.

금방 고구마 몇개 잘라 넣고 현미찹쌀로 밥을 했기에

한그릇 퍼다가 주었습니다.

세 아줌마는 너무 맛있다며 행복해했습니다.

내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고운 마음의 주인을 사랑합니다 하고

내 손에 뽀뽀를 했답니다.

그리곤 자기 목에 둘렀던 스카프를 풀어서 내 목에 걸어주었습니다.

오늘 새로 들여온 스카프랍니다.

옷장사를 하는데 정말 새거라고 둘러 주었습니다.

헌거고 새거고 저는 그 맘이 이쁩니다.

언젠가 이맘 때 쯤인가 인천을 가려고 전철을 타고 신길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힘들게 올라갔습니다.

그녀의 손에 든 보따리는 그리 무거워보이지는 않았지만

얼른 들어주었습니다.

계단 위에 오르니 고맙다며 제주도에서 왔는데 여기는 춥네요 했습니다.

그녀는 암환자였고 치료차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데 서울에 있는

아들네를 왔다고 했습니다.

몸도 아픈 그녀 추운 날씨에 더욱 아파보였기에 내 목에 걸었던

스카프를 그녀 목에다 둘러주었습니다.

워낙 날씨가 을씨년 스러웠기에 그녀는 사양하지 않고 목에 두르고 갔는데

제 전화 번호를 묻기에 알려 주었습니다.

이틀후 그녀가 전화를 했습니다.

칼국수라도 함께 먹고 싶다며 말입니다.

그 맘이 이뻐 집에 뭐 줄게 없나 찾다가 고추가루 한양재기 콩.. 을 갖고 나갔습니다. 엊그제 아픈 모습은 어디가고 멋쟁이 아줌마가 되어 나왔습니다.

서울에도 집이 하나 있는데 살림이 그냥 있어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고 했는데 좋은 옷을 입었답니다.

순간 나보다 부자인 아줌마에게 스카프 준것이 좀 아쉽다는 생각을 들게 했지만 처음 측은히 여기던 그맘을 간직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좋은 맘으로 그녀와 칼국수를 먹고 제주도에 오면 놀러오라며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는 아줌마를 뒤로하고 오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사람은 남에게 베풀때도 있지만 나도 남에게 헤아림으로

행복할 때가 있습니다.

스카프를 아낌없이 전해주던 그 맘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난 오늘 또 멋진 가을의 정취가 담긴 스카를 행복한 마음으로 받았으니

또한 아름답게 기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