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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꽃밭


BY 김효숙 2012-04-11

봄소리가 들리는 아침 눈을 뜨니 아파트 앞 화단이 생각났다

내가 사는 앞동엔 양지바른 곳에 화단이 있다

일층에 사시는 할머니는 해마다 그 화단에 제비꽃 수선화 봉숭화 등

아기자기한 이쁜 꽃을 피워내시려 봄 부터 땅을 일구시곤 했었다

오가는 길에 나는 가끔씩 그 꽃밭에 머물러 꽃을 바라보며 꽃을 좋아하시던

친정엄마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내 힘든 마음을 꽃들하고 이야기 하며

할머니께 감사한 생각을 하곤 했었다

작년 부터 그 꽃밭은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고 잡초들만 무성했다

어디가 아프신 걸까 세상을 떠나신 걸까

일속에서 낮에 뵙지를 못하니.....무슨일이 있는걸까

아침 문득 눈을 뜨니 그 꽃밭 생각에 옷을 입고 호미들 들고 나왔다

잡초들로 가득하고 벌써 꽃밭에 자리하고 있는 망초대 나물은

여기저기 듬뿍듬뿍 푸르름을 펼쳐나가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망초나물 망초꽃이지만. 울할머니 꽃단장하던 화단을 침범하니

미운 생각에 얼른 하나 둘씩 뽑아 냈다

딱딱해진 땅은 호미로 갈아엎기에는 힘들었지만

그동안 할머니의 수고로 이쁘게 만들어 주셨던 그 고마움 생각하며

팔이 아파도 열심히 풀들을 뽑았다.

한참을 일구고 있는데 할머니댁 에서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나는 할아버지께 그동안 할머니 덕분에 제가 꽃구경을 잘했어요

이젠 제가 할머니께 꽃구경을 시켜들릴께요 했더니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허리 수술을 하시고 다리도 아파 못하신다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고맙다고 하시며 외출을 하셨다.

반쯤 일구고 팔이 아파 허리를 펴고 아파트 담장을 산책했다.

개나리꽃이 막 피어나려는데 가지치기를 했는지 땅바닥에

개나리 꽃 가지들이 많이 있었다

얼른 한주먹 가지고 화단으로 와서 조로록 일렬로 개나리 꽃을 심었다.

할머니댁을 향하여 개나리꽃 가지들은 고개를 숙였다

집에 가서 물한통 가지고 와서 흠뻑 물을 주었다.

내 마음이 기뻤다.

할아버지가 돌아오시는 길에 함박 웃음으르 지으실 생각을 하니 나도 함박 웃음이 나온다...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