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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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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BY 김효숙 2012-03-18

친구 생일이라 나가려는데 막내 아들이 엄마 어디가냐고 묻는다.

정순이모 생일이라 간다고 했더니 자기도 운동 간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밖에서 조금 기다리니 아들이 나왔다

엄마 어깨동무하고 걸었다.

아파트 화단에 이름모를 보라색 꽃이 잔잔하게 피었다

아들도 그 꽃을 보더니 얼른 사진을 찍는다.

엄마 맘하고 똑같은 아들의 모습이다.

어쩌면 그리도 닮았을까

 

며칠전에도 춘천에 자동차를 누가 구입한다고 해서 차를 갖다주고 온적이 있다.

그날 페이스북에 올라온 아들의 글을 보고 맘이 찡하고 미안했던적이 있었다.

아들은.....춘천에 갔다 오는길 차창밖에서 여자 애들이 내또래 남자들에게

오빠 오뻐 하며 밥사달라 술사달라.. 하더랜다.

대학교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스쳐 지나가는  묘한 생각이 자신을 돌아보게 했나보다.

나도.. 지금이면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내 청춘에게 미안해졌다. 하지만 2년뒤엔 내 청춘이 나에게

상보야 고마워 하고 말할것이다 .. 하고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

 

엄마인 나는 코끝이 찡해왔다.

큰아들은 지가 안하고선.. 하고 댓글을 달았고

엄마인 나는 환경에 지배를 받지 말고 스스로 환경을 창조하는 생활을 하자 하고

댓글을 올렸었다.

 

우리 막둥이는 정말 내 어릴적 나를 닮았다.

 

양지바른 곳에 피어난 이름모를 꽃을 바라보며 찰칵 사진을 찍는 모습은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 같았다.

사진을  찍고 아들은  어릴적 이야기를 했다.

 

엄마 서울에 처음 이사 왔던 봄이었나봐..

개나리꽃이 핀 나무아래 깊숙히 있는   달래를 발견한 엄마는  어머  이런곳에 달래가 있구나 하고

캐었댄다.  달래는 봄이 왔다고 얼굴을 내밀어 좋아했는데 엄마는 그 깊은 나뭇가지 속에 있는 달래를 캐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은행을 같이 가자고 한다.

용돈좀 준다나   나는 쑥스러워 괜찮다하고 혼자 다녀오라고 했더니

엄마는 속으로 좋으면서 그런다고 내 손을 붙잡고 은행으로 들어간다.

아들의 뒷쪽에서 서성이다 그냥 나왔더니 뒤따라 나오며  엄마.. 뭘 모른척 그냥가.

돈을 세고 있는  아들은 벌써 내 맘을 다 읽고 있었다.

 

아이구 부끄러워라

ㅋㅋ  나혼자 쑥스러워 앞에서 걸었더니 아들이 십만원을 세어서 준다.

맛난거 사먹고.. 엄마 친구 꽃좀 사다줘 한다.

우리 막둥이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  엄마에게 용돈을 주다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은 미안했다.

 

아들은 엄마의 부끄러운 마음을 알았는지 애써   ... 엄마 힘내 하고 버스를 타고 간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오는데 아픈 무릎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아들에게 받은 용돈이 힘이 되었나보다.

 

사랑을 주기만 하다가 사랑을 받으니 부끄러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