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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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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따뜻한 날


BY 김효숙 2011-11-04

30여년전 새댁시절 아파트 바로 앞집에 살던 엄마가 어제 전화가 왔다

서울 한지역으로 우연찮게 이사를 와 이따금씩 얼굴을 보곤 했는데

요즘은 ㅇ저녁에 출근 하는 이유로 개업식 때 우리 가게에 오고 몇달만에

연락이 왔다. 아침을 먹고 대봉감을 사 들고 그녀가 사는 집으로 갔다

 

고층 아파트다.

15층 생각만 해도 머리가 핑 돈다 어지럽다.

아파트 단지에서 그녀가 사는 동을 찾아서 걷는다

정돈된 나무들이 어느새 자리잡아 오래전에 있던 나무처럼

가을의 풍경도 채비하고 서 있다.

 

나는 걸으면서 이쁘고 세상을 아름답게 나누며 살아가는

그녀가 많은 복을 받고 살고 있구나 생각했다.

우리 둘이 별일 없으면 지금 중년에 나이에

자주 만나 옛이야기 하며 깔깔대고 재미있게 지낼텐데

그렇지 못한 삶이 슬프기도 했다.

 

잠시 내안에 남아도는 슬픈 생각은 떨쳐 버리고 그녀의 아파트를 찾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와아......... 한강이 보인다.

올림픽 대교가 보인다.

한강물이  햇볕에 반짝거려 눈이 부시다.

눈이 오는 날엔 얼마나 아름다울까

비가 오는 날엔  또한 얼마나 감미로울까

 

저멀리 워커힐이 보인다

워커힐 뒷동산엔  봄이면 개나리꽃에 벗꽃이 만발해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꽃동산이다.

 

거실에 앉아 있을 틈도 없이 유리창 앞에 다가가 창밖을 내다보며

나 혼자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점심을 차리고  둘이는 앉아 맛난 점심을 먹었다.

 

삼십년전 새댁때에는 우리 남편은 제법 잘나가는 제약회사를 다녔고

그녀 남편은 공무원이었었다.

매일 시장을 가자고 하면 그녀는 안간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무원 월급은 많지 않아 힘든 모양이었다.

 

우리 둘은 옆집에 살면서 알콩달콩 어느 친구보다 더 가깝게

맛난거 하면 나눠먹고 재미있게 살았었다.

둘다 믿음이  있는 기독교인이었고 욕심 없고 마음이 따뜻했었다.

 

십여년을 같이 살면서 내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그녀는 다 보았었다.

보증을 서서 서울로 떠나온 후.. 그녀도 얼마있다가 서울로 왔다.

 

한결같이 어느곳에서 무얼하든지 날 찾아와 주었고

이따금씩 남편이랑 맛난거 사들고 찾아와 주었다

언제였던가

남편이 첫 주례를 서서 삽십만원을 받았다고 상희 엄마랑 나눠 써야한다고

달려와 십오만원을 주고 갔었다.

내가 힘든걸 알고 가끔씩 우리 아들들에게 용돈도 자주 주곤했었다.

 

옛날엔 내가 괜찮을 때는 내가 베풀고

지금은 그녀가 괜찮아 그녀가 베풀어 내가 맘이 따뜻해 진다.

 

맛나게 차려준 점심을 먹고 내가 가지고 간 대봉감을 둘이 앉아 껍질을 벗겨

커다란 바구니에 널었다. 곶감을 만들어 먹으라고 말이다.

누런 호박도 어디서 얻어왔다고 하기에 얼른 가져다가 껍질을 벗겨 잘라서 널어놓았다.

그녀는.. 좋아서 하하 웃는다

시골에 온 기분이라며 행복해서 웃는다.

 

그녀는 쇼핑봉지에다가 나에게 줄 선물들을 이것저것 한보따리 담는다.

콩이며 깻잎 장아찌 홍삼 선물로 들어온것 한 박스.. 수세미 치약 등등

그리고 내가 올줄 알고 백화점에 가서 우리 아들들 티를 두개 사서  싸 주었다.

주어도 주어도.. 더 주고 싶어하는 그녀

그녀의 가족은 온통 기아후원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하고 산다

스무명쯤  돕는 외국 어린이들의 사진을  진열해 놓고 기도하며 후원한다

옷도 안 사입고 검소하게 살아가는 부부와 또 아들 하나

 

언젠가 중앙일보에  봉사하는 아름다운 가족사진이 나온적도 있다.

 

요즘 보기 드문 가정이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도 닮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는 나를 보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더 검소하고 내것도 내것이 아니고 나눔의 것이라고 말한다.

 

이땅에 사는 동안 한줌 욕심 없이 살다가 다 나누어 주고 가야한다고 말한다.

 

이제 외국선교사로 온가족이 나간다.

이쁘게 아름답게 살아가는 믿음에 좋은 친구가 있어 나는 참 행복하다.

 

그녀는 신발을 신고 나오는 나에게 십만원을 아들 용돈 주라며 건넨다.

어쩌나...... 나도 누군가에게 주기만을 기뻐하는데 받는 사람이 되어 맘이 찡하다.

우리 아들 취직하면 잘하라고 할께..........

지하철 역까지 보따리를 들어다 배웅해 주고 돌아서 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래도 헛되게 살지는 않았구나.

지금은 아무것도 가진게 없지만 언젠가 그녀와 함께 따뜻한 마음 나눠가며

살아갈 날이 오리라 그땐 내가 더욱 잘해야지 다짐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아직은 세상이 따뜻하여 살아갈 희망이 있고

나를 져버리지 않는 따뜻한 이웃이 있어 가슴이 따뜻했다.

힘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