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경에 일어 나서 샤워를하고 성경한장읽고
가게여는 시간보다 한시간 일찍 나가서 브라우스에 고무줄 넣어 꿰매놓고
바지단 줄여서 박아놓고, 내일 나갈 바지들을 다림질해서 걸어 놓으니까 11시가 다 되어갔다.
오 후에 일을 하고 들어가실 시부모님 생각에
이 자동차를 타고 들어 가도 되는건가 많이 망설이다가
어제도 버스를 타고 들어가셨다고 하길래 마음 놓고 자동차를 몰고 들어 왔다.
리빙룸으로 내다보이는 텃밭에 난 풀들을 다뜯어 내면서
쑥도 뜯고,질경이,민들레,미나리를 뜯어서 말갛게 씻어
끓는 물에 잘 삶아 놓고 나니 오후 2시가 다 되어갔다.
얼마만에 해 보는 즐거운 일인지 모른다.
아이들이랑 남편 출근시켜 놓고 집안 일하고 텃밭 가꾸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식구들 밭에서 거둔 채소로 반찬 만들어서 먹는 즐거움,
나 는 언제나해보나 싶었는데,
오늘 난 그걸하면서 그냥 이런 기쁨도 있구나 싶었다.
쉼의 기쁨이란것이 바로 이런거구나 싶은것이....
진작에 눈치보지말고 내 할 일만 하고 살았더라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살았을것을.
이렇게 야단맞고 가슴에 멍이 다 든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뱃장을 부리고 나니
내게도 이런 나만의 시간을 맛볼수 있었든것을
돌아보니 참 바보같은 생활을 해 왔구나 싶었다.
가게에 하루종일 붙어있어봐야 내가 이렇게 다양하게 시간을 다 쓸 수도 없었다.
점심먹고 나면 시부모님들 가게 나오시고 그때부터 마음 조리면서 신경써야하고
일을 다 끝내고 들어 가실때까지
어디에서 일을 해야하나 눈치봐야하고
무슨 야단이나 안맞나 ,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꾸중이나 안든나,
인사도 안하고, 인사도 안받고 들어 가시는 모습들을 보면
또 마음 상처받고,
그러려니 마음 비워 놓고 사는것 같아도,
늘 가슴속엔 풀리지않는 무거운 돌덩이가
짓누루고 있는듯한 느낌으로 살아왔었다.
해결방법을 찾을 생각도 안하고,
마 음속으로 포기하고,주어진 생활을
이렇게밖에 살수 없는건가보다 하고 체념하면서 살았었다.
나 혼자 마음 놓고 타고 다닐 자동차도 없고,
시부모가 눈치주면 어떻게할까
많은 일 남편혼자하느라 짜증내면 어떻할까
자투리시간조차 맘대로 활용도 못하면서 눈치보고
그나마 아이들이 집에 있을땐 밥이라도 해 준다면서 일찍 들어 왔는데
두 아이들 다 커서 우리 곁을 떠나간 후론
아침부터 저녁까지 24시간을 붙어서 생활을 했다.
짐 싸들고 뛰쳐나가고 싶었던 마음이 몇번이었던가?
이렇게 살다 가는것은 너무 억울한거 아닌가?
한번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세월을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다 보내고
햇빛이 비취는지, 비가 오는지,
새들이 지저귀는지,느낌도 없이 그냥 또 그렇게 살다가
겨우 주일날 아침에서야 바깥세상을 구경하는것이 전부였다.
봄이 오면 개나리가 폈다가 지는지
나뭇잎에 물이 오르는지 모르고 지내다가
일주일에 한번씩 숲을 지나가면서 바뀌어가는 세상을 구경하며 감동하곤 했다.
시장 에서는 뭐가 팔리고 있는지
요즘 입고 다니는 사람들의 유행이 뭔지,
무슨 과일이 지금 시장에 나와 팔리고 있는지
어쩌다 한번 시장을 들어 가노라면
시골사람이 도시에 와서 어리벙벙한것 같이
변해가고 있는 시장풍경들이 낯설기만 했었다.
어제보다는 오늘의 새소리는 훨씬 듣기 편안했다.
효숙아,너나나나 세상살아가는 생활들이 다 이런건가보다 .
식당에서 일을 해야하는 넌 정말 힘들겠구나...
매일매일 사람 맞대고 그 시간에 반찬 만들어서 먹여줘야하니.
준비하는것도 힘들고 반찬 만드는것도 힘들고말야.
어제 저녁에 반찬만들어 놨다가 점심도시락을 해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왔더니
감동받았나보다.점심 혼자 먹으려다가 전화를 했네.
백년 살것처럼 계획을 세우고 내일 죽을것처럼 그렇게 살라더라 정신차리고 살아라 그랬지...
어제집에 있으면서 구구절절이 편지를 써서 남편한테로 보냈는데도 열어 볼 새도 없이 저렇게 살고 있네...
어제저녁에도 골고루반찬 만들어 놓고 들어오자마자 밥퍼서 먹으니까 자기도 좋았나봐.
그래서 시간과 자료만 준비해달라 왜 못하나 그랬지.
맛은 어쨌거나 정성스런마으로 만들어 놓은것 보니까 좋았나봐.
당신 부모들이 엊그제 나한테 하는것보고
이렇게 자유시간 많이주니 결국엔 이것도 감사한 일이네.
피곤한데 얼른자.
건강 조심하구....
미국에 사는 초등학교 친구인데 목사님의 딸로서 참 이쁘게 자랐는데
맏며느리 시집가 지금까지.. 힘들게 사는 모습이 늘 안스럽다.
세상에 마음 나눌 나의 소중한 친구.. 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