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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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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봄날같아야 하나보다


BY 김효숙 2009-03-27

부산에서 혼자 외롭게지내고 있는 여고 동창생

내가 혼자 가게를 하면 이곳에 올라와 일도 하고 혼자 돈도 벌어

떳떳하게 살라고 격렬를 해 주던 친구가 드디어

내가 식당을 차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옆에 있는 다른 친구가 잘 생각하라며 말할 때

난 그 친구가 오히려 미웠었다

친구인데 친구인데

친구가 힘들게 혼자 살아가고 있는데

친구가 삶에 지쳐 가엾게 살아가고 있는데

친구가 혼자 방구석에 틀어박혀 친구하나 못만나고

쓸쓸히 살아가고 있는데 ....

난 오직 그 친구를 내곁에 데려다 힘내서 살게 해주고 싶었다

 

그 친구가 드디어 서울로 입성을 했다

그것도 우리 가게 윗층에  방을 얻었다

 

난  아줌마들이 하는일 일주일만 고생하면 다 할거라고 생각했다

아.. 그러나 일주일 이주일이 가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들이

친구를 지치게 만들었다

한번도 식당일을 해보지 아니한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홀에서 쟁반을 들다가 그만 놓쳐버려.. 엉망이 되어버렸다

에구머니나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친구는 다음날 도저히 할수 없어 반나절만 하겠다고 했다

주방에서 일하던 아줌마도 반나절만 한다기에

잘되었다 싶어 주방에서 나랑 함께 일하자고 하였다

 

홀에서 보름동안 일해도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나도 남편과 중간에서 너무 힘들었다

내가 친구를 불려 올렸으니 무어라 말할수 있으랴

그저 나아지겠지라는 변명외에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퇴근하는시간이 두렵기까지 하였었다

오늘은 또 무얼 잘못했을까

오늘은 또 어떤것을 지적받았을까

하긴 내가 보아도 그러니 모든일에 철두철미한 남편 눈에 들기란

정말 힘들었을게다

친구가 보름을 힘들었다면 난 아마도 한달은 힘들었을게다

 

내가 주방에서 데리고 있으면

내가 조금더 힘들면 되겠지

내가 조금 더 일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첫날엔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것 같은 난장판이었지만

하루 이틀 지나니 내 마음도 잔잔해 지고

하루이틀 지나니 친구도 마음에 평안을 되찾아가니 내가 기쁘다

그저 무얼 해줘도 맛있다고 잘먹어주는 친구

그저 무얼 해 줘도 네밥 먹고 살쪘다고 좋아하는 친구

하루하루 살아갈 맛이 난다고 웃는 친구를 보니 내가 기쁘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우울해하지 않고

아침 저녁 친구를 만나 이렇게 활기차게 살줄이야

꿈만 같다고 말하는 친구가 그저 고마울뿐이다

 

오늘이 사흘째 꼼꼼히 차근차근 잘 따라와 주는 친구가 고맙다

아들과 딸 세식구가 아침 저녁 만나서 함께 살아갈 수 있어

기쁘다고 하는 친구가 좋아뵈인다.

내가 할수 있는 아주 작은 배려 관심이 그 친구에게 힘이 될수 있다면

난 그것으로 족하다

 

오후 시간에 친구가 사는 집에 잠깐 올라갔더니

아들이 컴퓨터로 그래픽을 하고 있기에

뒤에서 꼭 안아주었다

종화야.. 힘내 엄마가 이렇게 일할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니

그리고.. 넌 뭐든지 잘할수 있을거야 하고 꼭 안아주었다

 

아줌마가 야채 쇠고기 전골 요리 갖다 줄께 저녁 먹어라 했더니

감사합니다 하고 웃는다

친구네 세식구가 날마다 함께 살며 웃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것이 없다

 

아침 저녁 반찬 한두가지 챙겨주며 내가 기뻐할수 있음이 감사하다

친구랑 함께 커피 마시며 밥먹으며 깔깔대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오십이 넘어 시작되었으니 그 귀한 시간들을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 주어야겠다

 

사랑은 봄날처럼 가슴에 따스하게 녹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다 보니 일하면서 나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좋다

나이 먹어서 만난 친구보다 여고시절 철없던 그 시절 맺어진 귀한 우정에 친구를

오래도록 보살피며 살아감이 더 행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