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를 졸업하고 스무살 세내기 사회인이 되던 나는
신기하고 놀라운 첫 발을 내딛으며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신념 하나로 제약회사에 입사를 하였다
일년이 되어가던 어느 날...
이사님이 부르신다
미스김 ! 깜짝 놀라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명동에 무역부가 생긴다며 그곳으로 발령을 낸다고 하신다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저어 싫어요 !
왜 싫은거야?
거기는 그래도 인물도 있어야 하고 타자도 잘 치어야 하구
상냥하고 그래야 하거든
여직원 스물 두명중에 미스김이 가장 적격자라며 추천을 한다고하셨다.
하지만.. 난 명동이 싫었다
거기는 사치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무섭고 그랬다.
이사님은 미스김이 꼭 가야 한다며 어느 날 발령을 내 버렸다.
버스만 타고 출근 하던 시절 전철을 이용해야 했고
아침 마다 엉덩이로 밀며 전철을 타야했다
드디어 사회인으로 내 딛는 첫 경쟁..
와아. 번쩍번쩍 그때만 해도 명동은 서울에 중심지였으니까..
명동에서 근무한다하면. 와아.. 하고 모두 부러워 했던 시절이었다
첫 출근을 하는 날.. 난 땅만 보고 걸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사치스럽고 무서웠다
쇼윈도우에 걸린 마네킹도 무서웠다
날 보고 촌뜨기 왔냐고
손가락질 하는 것만 같아 옆도 앞도 못보고
땅만 보고 걸었다..
며칠이 되어 걸어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고
아무도 촌뜨기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루이틀이 지나자.. 난
드디어 앞을 보고 걸었다
코스모스 백화점에서 성모병원 가는 비탈길에 있는 사무길 가는 길엔
늘 연탄 배달 아저씨가 리어카를 끌고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난.
.미니스커트를 입고 걸어가다 리어카 아저씨를 보면 막 뛰어가
성모병원 언덕 길까지 낑낑대고 밀어 드리고 다시 뒤돌아 내려왔다
내려 오면서 내 마음은 ..
몽마르트 언덕위에서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기쁨이 내안에 감돌곤 하였다.
아.. ! 명동은 사치스러운 곳만도 아니구나
아 ! 명동에도 이 아침 끙끙대고
연탄 리어카를 끌고 올라가는 아저씨도
있는 곳이 구나..
아 ! 저런 아저씨가 계시기에 난 이쁘게 미니 스커트를 입고
따스한 사무실에서 근무를 할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 ! 저런 아저씨가 힘들고 고된일을 하시기에
난 편하게 의자에 앉아 일을 할 수가 있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시야에 따라서
사치스럽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면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두려움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바뀔수 있다는 것을
사회인이 된 어느 날 .....
서울에 한복판 명동에서 얻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