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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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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가 잘 떴어요


BY 김효숙 2008-02-11

갱년기 여성에게 콩이 좋다해서 시골에 사는 친구에게

콩을 샀다.. 여름 내내 콩국을 해서 먹고.. 남은 콩 한양재기

지난 가을 문득..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싶어..

바쁜  주방일을  뒤로하고 콩을 삶았다

비닐 봉지에 넣고 콩콩 찌어 어릴때 엄마가 메주를 만들던 기억을

떠 올려 네모난 메주 세덩이를 만들었다

열무를 사면 지푸라기에 묶어 오던 지푸라기를 한묶음 모아 놓아서

메주를 살짝 말려 지푸라기에 새끼줄을 만들어 매달아 놓았다.

그 다음

메주를 종이 박스에 넣고 지푸라기를 사이사이에 넣어..

집으로 가져와 침대 밑에 넣어 놓았다

메주가 잘 뜰까..

냄새는 나지 않을까

설레이던 마음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노크하는 봄볕에 놀라.. 얼른 침대 밑에 두었던 메주를 꺼내보았다

와아!....

곰팡이도 가운에 이쁘게 피었다

감탄할 정도로 참 곱게 피었다

혼자.. 메주를 바라보며 웃는다.

몇번이고 만져 보며...지푸라기와 함께 몇달을 침대 밑에서

나에게 웃음을 선사하려고 곱게 잘 떠온 메주가 그렇게 이쁠수가 없었다.

정월에 담그는 장은 싱겁게 담가도 좋다고 했는데.. 엄마가

아직은 너무 이르다.

좀더  따스한 봄볕이 창가에 찾아오면 좋겠다

그럼..

메주를 씻어 햇볕에 곱게 말려 엄마가 물려주신 작은 항아리에

된장을 담가야겠다

붉은 고추도 몇알 넣고 대추도 넣고 항아리 소독도 할겸

숯도 달구어 치지직 넣어주어야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하다

생각만 해도 내가 금방 시골 아낙이 된것 같아 가슴이 콩닥거린다

봄볕에 곱게 익어갈 된장이 보고싶다.

노오랗게 익어갈 내가  만든 메주.. 된장 그리고 간장

사랑하는 가족에게 맛난 된장찌개를 끓여맛보며

엄마가 담근 된장이라고 자랑하고 싶다

 

친정 엄마가 계시면 기특하다고 등두드려 주실텐데

그런 엄마는 하늘나라에서 고운 햇살로 아파트 베란다에 곱게 익어갈

된장에 사랑으로 맛나게 익어가게 도와주실텐데..

그래도 엄마한테 이야기해야지.

곱게 익어갈  .. 그날이면 오월쯤이 될게다

하얀 뭉게 구름위에 얹어 메주 만든 이야기며 메주 띄운 이야기며

된장 담근 이야기 재잘재잘 담아.. 구름위에 보내드려야지..

 

아 ! 이 밤 엄마를 만나러 꿈나라로 가야겠다

된장 이야기 하고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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