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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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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언니


BY 모란동백 2024-03-15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끔씩 만나 눈인사 정도로 지내던 이웃언니가 있었다
그날도 쓰레기 버리러 엘베를 탔다가 마주쳤다 .
나에게 말을 건네온다 .
몇호에 사냐고 하길래 좀 줌자렸다 .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앞집에 누가 있는지 관심도 안가지는게 사실이다 .
 
일층에 내려서 서로 통성명을 하다가 .....
결국은 호수까지 일러주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구체적으로 인사했다 .
그 언니의 첫인상은 쎈언니의 느낌이라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언니의 첫마디는 아파트 게시판에서 읽었는데 우리동네 가까운 곳에
시립스포츠센타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 
운동 좋아하면 같이 하자고 한다 
종목이 뭐냐고 물으니 여러가지가 있지만 자기는 헬스를 좋아한다고 한다

엉 ??? 헬스~
두눈이 번쩍 띄었다 
암만요 좋고 말구여 ~
둘이서 으샤샤 하면서 좋은 사람을 알게되어 기쁘다라고 하면서 헤어지고 
우리집에 놀러오라고 까지 했다 .
몸이 시원찮아져서 집을 치우지 못해도 부담 스럽지가 않을 정도로 얘기를 해보니 잘 통했다 .

대화가 잘 된다는 얘기지... 다음날 정말 손살같이 우리집을 방문했다 . 
널부러진 거실
쌓여있는 설거지 ... 
아침 나절부터의 방문에 좀 놀랐지만 사람 사는게 다 그러거지 뭐 ~
차 한잔 내놓으며 얘기보따리가 시작 되었다 .

한참을 수다 떠들어 가다가 중학교 선배인것이다 
둘이서 손바닥을 쳐가며 이런 우연이 다 있냐고 . 
같은 부산에다 살던 동네다 비슷.
운명 같은것을 느끼며 조물주께서 두사람에게 천사들을 보내주셨다고 하면서
깔깔대고 웃었더니 본래의 쓸쓸했던 동배기가 활달명랑한 모라니로 변신. 

그 언니는 내가 좀 쌀쌀 맞게 보였는데 굉장히 솔직하고 가식이 없네 하신다 .
믿을 만 하단 이거지. 우리 아파트에서 인물이 젤  훤 하단다 . (그냥 예의상 하시는 말씀)
둘다 70고개 문턱에서 친구도 없이 부산에서 와서 외롭게 지냈다고 한다 . 
그 언니 또래와는 얘기가 잘 안된다고 하네 .
뭐 나도 마찬가지였다 .

말많은 세상
사람에게 진솔하게 대했다가 뒤통수를 많이 맞아서 왠만하면 사람을 사귀지 않는다 . 
이 언니도 결혼생활이 그리 순탄치가 않았다 하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같이하며 친하게 지내보자고 
그렇게 인사를 마쳤는데... 

다음 날 이 언니의 성화에 헬스장 등록까지 고고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다 .
만 65세는 반액 약 삼만원 정도이다
신난다 늙어가니 이런 혜택도 있구나 ~

이 언니 아니었으면 아직도 집순이에서 벗어나지 못해 끙끙거리고
사는게 왜이래 ~
해가며 다 살았다 하면서 죽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 
멀리 있는 친척보다 잘 챙겨주는 이웃사촌이 훨씬 낫다는 말을 요즘 실감한다 .
 
이 언니 연세는 74세
운전도 잘하고 행동도 빠르고  MZ세대말도 척척 알아 듣는다 .
마음이 청춘 인 것이다 . 팻션도 끝내준다  벙거지 모자에 
스포츠백 척 걸치면 간지난다 정말 ~
요즘 둘이서 여고시절 소녀 마냥 깔깔 거리고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

정말 건강 하고 총명 하시다 . 
60대 같이 사시는 70대 언니 존경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