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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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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아들에게


BY 김효숙 2007-11-14

2007년 11월 5일

사랑하는 막내둥아

귀엽고 속이 깊은 사랑하는 상보가 어엿한 군인이 되는 날이구나

너를 보내고 함께 따라가지 못해 못내 아쉽지만

든든한 아빠 형아가 같이 가니 감사하구나

네가 입소하고 벌써 3시간이 지났네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군복을 갈아입고 혹시나 겁에 질리지는 않았을까

함께하는 전우들이 있으니 덜 두렵겠지 잘 적응하리라 믿는다

어젯밤엔 엄마 혼자 훌쩍거리며 잤어

마음 같아서는  너를 꼭 안고  오늘 보내고  싶은데

마음은 가족과 함께 있으리라 생각해

떠난지 몇시간 되었는데 네가 보고 싶어

어릴 적 네 모습 일기에 써 놓은 것 보며 마음을 달랬단다.

 

하나님 우리엄마 우리 아빠

흰머리 안나게 해주세요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안되게 해 주세요

그리고

우리 형아 자전거 탈 때 안넘어지게 해 주세요

그리고

글씨 쓸때  왼손 아니고 오른손으로 글씨 쓰게 해주세요

예수 그리스도로 기도했습니다.. 하하..

 

어느새 훌쩍 자란 네가 대견스럽지만 엄마가 보는 상보는 늘 아기 같아

 

엄마 옆에서 풀꽃도 꺾어다 주고 그랬는데

이젠 누가 꺾어다 줄까

가을 단풍 길가에 수놓으면

우리 이쁜 상보가 꺾어다 줄 텐데

 

아마도 우리 상보는 논산에 맑은 공기 맡고

엄마 생각이 나서

곱게 물든 단풍을 주워

바람결에 엄마한테 보낼 거야 그치?

그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보아야지

우리 상보 얼굴 닮은 단풍을 기다릴 꺼야

 

오늘 저녁엔 무슨 반찬을 먹을까

객지에서 고생해본 경험이 있으니

무엇이든지 감사하게 먹을 거야

엄마는 너를 믿어

엄마는 상보가 잘 하리라 믿어

 

상보야 오이 씻다가 들어 와 또 쓴다

조금 있으면 저녁을 먹을 텐데

아들 생각하니 자꾸만 눈물이 나온다

사랑하는 상보가  없으니  반찬을 해 놓고 적지도 못하고

상위에 수북이 쌓인 메모쪽 속엔

아침마다 엄마가. 

상보야. 유부초밥하고 계란국 먹어라. 등등.. 

종이위에 메뉴들이 웃는다. 

엄마는 가슴이 뭉클하단다.

이젠 몇 달 동안 맛있는 것도 해 줄 수가 없네

 

작은 이별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본다

늦은 밤에 상보가 오뎅을 사 왔는데

떡볶이도 사 왔는데

심심한 엄마의 좋은 친구였는데

이젠 그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네

 

백일이란 긴 날을 어떻게 기다려야 할지

상보야 ! 엄마는 자꾸만 눈물이 난다

이 편지를 쓰면서 네가 보고 싶어 운다

힘들다는 핑계로 좀더 잘해주지 못해 맘이 아프네

같이 있을 때는 소중한걸 모르는 게 사람 마음인가보다 그치?

 

엄마 맘속엔 엄마 맘을 꼭 닮은 네가 늘 같이 있어

언제나 아무렇지도 아니한 척

밝게 웃는 너를 너의 마음을 엄마는 그 속을 알지

우린 닮았잖아 

힘들어도 힘들다 아니하고 밝은 척 하면서 살아가는 예쁜 방법을 알지

예쁘고 예쁜 마음을 가진 아들아 보고 싶다.

 

머리를 비비 꼬면서 훌룽 한 사람 된다고 말하던 그 모습이  보고싶다

 

상보야 네 모습은 네 마음은 엄마 가슴에 다 담아 있어

힘들어도 잘 참고 잘 견디어라

어떤 전우들을 함께 하던지 네가 좋은 친구가 되는거야. 알았지?

모두가 같이 힘들게 가는 길

이왕이면 씩씩하게 이겨내거라

너희들이 있어서 엄마 아빠가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

잊지 말고 말이야.

즐겁게 맘 먹고 맑은 공기 많이 마시고 오너라 응?

 

                           11월 5일 오후 4시 25분   상보를 보내고.  효숙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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