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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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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밤에


BY 김효숙 2007-10-07

추석 다음날이라 손님이 없다
저녁 8시쯤 아줌마들 다 보내고 일찍 들어왔다
참 좋다
비오는 저녁 일찍 집에오는것이 참 좋다
아들 저녁을 주고 이웃에 어려운 교회 친구네 집에 가려고
순두부랑 불고기 그리고 사과를 들고 문을 나선다
보슬비 내리는 밤길을 호젓하게 걸어가면서  마음에 여유로움을 느껴본다
맨날 늦은 밤에나 들러서 그날 남은  반찬을 챙겨다 주곤 했는데
오늘은 새것으로 나눌수 있음이 참 좋았다.
똑똑 문을 두드리고 사랑에 보따리를 전하고 나오다 비닐 봉지 하나를 얻었다
세찬 빗줄기를 바라보니 이 밤에 은행알이 뚝뚝 떨어져 나를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았다
아파트 단지를 돌아돌아  가로등 등불아래 은행나무를 찾아 은행알을 주웠다
가로등불을 등에지고 걸을 때에는 은행나무아래 은행알이ㅣ 보석처럼 반짝였다
 
 " 왜 은행알은 꼭 둘이 다정하게 손잡고 떨어지는걸까 ?  "
 
갑자기 궁굼해졌다
 
노랗게 무르익어 혼자 떨어지면 짓이겨져 아파서일까
지줏대 사이로 둘이 붙은 은행알을 바라보며 정답게 손잡고 떨어져 있는 모습이
다정스럽게 보였다
사람도 좋아하는 마음이 늘 변치않고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하고 사는것이 맘 아파온다.
 
비가 쏟아진다
나무 아래로 걷다 보니 비가 많이 내리는것을 몰랐다
핑계김에 비를 맞음이 너무나 좋았다
 
커다란 은행나무아래  한참을 서성이면
은행알이 바람하고 씨름하다 지면
후두둑 하고 떨어진다.
멀리가지 않아도 한나무아래 왔다갔다 하면
은행알이 참 잘기다렸어요.. 하고 선물로 콩하고 떨어진다
 
어릴적에 바람부는 날이면 밤새 잠못이루고 알밤 떨어진 어느어느 산에
밤나무 생각하다 밤새 꿈속에서 헤매인적이 많았었다.
여기있을까 저기 있을까 뛰어다니면 하나도 못 줍는다.
한 곳에 머물러 왔다 갔다 하면
알밤이 후두둑 후두둑 바람소리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바람소리와 함께 떨어지곤 했었다.
 
어릴적 알밤 줍던 기억에 커다란 은행나무아래 서성인다
아이처럼 좋아서 비를 맞으며 은행알을 주워서 내가 먹을것도 아니면서
그저 좋아서 줍는다.  바람속에 서성이는 나를 바라보면 하늘에 울엄마 걱정하실텐데
비 맞을라 그만 집에 가라고 바람결에 나를 떠다미실텐데...
이젠 그렇게 걱정해주실 엄마도 안계시니 갑자기 눈물이 핑돈다
 
아무도 걷지 않는 길거리에 비닐봉지에 가득 차오르는 은행알이 반갑지도 않다
엄마 생각이 나서 말이다.
세상에 나를 걱정해주고  변함없이 나를 사랑해주시는 분은
나를 낳아 주신 엄마 한 분 뿐이다.
어머니께 잘해드리지 못했어도 그저 주시기만 하시는 그 사랑
그사랑을 어디가서 다시 받으랴....
 
바람속에 빗속을 거닌다
밤중이라 누가 뭐라고 할사람도 없다
머리가 흠뻑젖어와도 그저 좋아라  웃는다
 아파트 옆  내가 잘 오르던 산등성이에 가로등불을 켜 놓았다
이밤 저 언덕을 뛰어오르면 알밤이 후두둑 떨어져 있을텐데
생각뿐 무서움이 몰려온다
가만히 산등성이 아래서 바라보다 집을 향해 걸었다.
 
가득 주운 은행을 남편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이거봐요.. 많이 주웠지요..
아무말없이 바라본다....
난 언제나 철이날런지 모르겠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빗소리의 넉넉함이 오늘밤  나를 멋진 수면의
세계로 초대하리라...... 깨어나지 않는 수면의 밤으로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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