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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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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기다려주던 알밤


BY 김효숙 2007-10-03

가을이 저만치 온지도 몰랐다

엊저녁 용문에 사는 큰시누님께  반찬 몇가지 해들고 인사를 갔다

명절이나 되어야 고마움에 표시를 해야하니..

가끔은 용문 장이 서는 날 가보고 싶었다

시골에서 농사지어 가지고 나온 할머니들의 모습도 보고 싶었다

못생긴 호박 콩 고구마 줄거리 가지 고추등등..

가을에 추수한 것들을 보며 옛추억에 잠기고 싶었다 

늘 마음뿐이다

추석 명절에 그나마 인사라도 갈수 있으니

그래서 보고싶은 시누님 얼굴을

볼수 있으니 참 좋다.

 

늦은밤 오이소배기랑 북어양념이랑 사과 한박스를 들고 갔다.

시누님은 반겨주시며 풀어 내놓는 음식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신다

그래도 내맘을 알아주는이는 올캐 하나뿐이네 하고 하신다.

내가 받은 은혜에 십분에 일도 아닌것을 가지고 말이다.

시누님은 부족할것이 없는데

사랑이 부족한것 같아 난 작은 사랑에 신경을 써 드리고 싶었다.

돈으로 해결할수 없는 아주 작은 사랑말이다.

 

돌아오는길

허리 아픈데 먹으라며 챙겨주시는 약이며 파스가

시누님 사랑안고

내맘을 따스하게 한다.. 바람이 분다

 

올캐 하룻밤 자고가면 안돼?

내일 아침 산에 가면 알밤이 많이 떨어져있는데

시누님은 내가 산에가서 알밤줍는것을 무척 좋아한다는것을 아신다

하지만. 가야하니...... 아쉬움 안고 돌아오고 말았다 그 어둔밤을..

집에 와서 잠을 자려는데

시누님이 말하던 알밤 생각에 잠이오지 않는다

벌써 깊은 가을이 왔네

벌써 알밤 줍는 가을이 왔다구?

손꼽아 알밤이 벌어질 그날이 언제일까 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뒷동산에 올라갔더니

우와.. 벌써 밤송이들은 다 떨어져 사람들이 다 주워갔다.

이렇게 빨리 가을이 온것을 몰랐으니

일속에서 맨날 허덕이다 보니 그 좋아하는 알밤 하나 줍는 기쁨도 못누렸네..

혹시나 하고 뒷동산 햇볕이 덜 닿는 곳에 밤나무를 찾았더니

아직도 밤나무에 알밤에 있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볼뿐 발로 쾅쾅 털수도 없는 나무였다

밤나무 아래 여기저기 바라보며 찾다가 드디어 한알 찾았다

보물처럼 그리 반가웠다... 

조금 있으니 내 머리위로 콩하고 떨어졌는데

벌레가 먹었다.

효숙씨!  왜 이제왔어요 !

기다리다 기다리다 벌레들이 날 먹어버렸잖아요..

벌레먹은 밤을 바라보며 그래도 좋아서 웃었다

그래도 괜찮아.. 누런 알밤 하나 들고 웃는다

밤나무 아래 기웃기웃 내 모습이 우습다

아이처럼 좋아서 설레는 맘으로 알밤을 찾는다

떨어진 잎새뒤에 아침 햇살로 반짝이는 알밤을 줍다가 깜짝 놀라

놓아버렸다.. 이름모를 벌레들이  알밤을 먹는중이었나보다

미안해 미안해.. 다시 벌레들 옆에 놓아주고 나뭇잎으로 덮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또 주워갈까봐..보이지 않게 덮어 주었다.

벌레들도 먹는구나...아하 다람쥐만 먹느줄 알았더니 ..

알밤을 줍던 맘이 미안해졌다.

손에 몇알 쥐어들고 산등성이를 내려왔다

벌레들에게 미안해서 말이다...

 

몇개 들고 내려오는 마음이라도 어릴적 가을 추억에 잠겨보며 행복했으니

아이처럼 좋아서 신나게 뛰어 내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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