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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천사


BY 플러스 2024-03-09

갑자기 글이나 하나 올리고 싶은 마음에 들어왔다가 '글쓰기' 버튼을 못 찾아서 한참 헤맸네요.^^
할머니 천사


날은 추운데, 볕은 벌써 봄볕 느낌이 물씬납니다.
그래서인가, 바람 좀 쐬려고 아파트 앞에 나갔더니 산책로에 헐벗었던 나무에 노란 꽃이 달린 게 보여요. 올 들어 첨 보는 꽃이네요. ^^
어디에서 왔는지, 그 옆 나무에 생긴 모습은 딱 참새 같은데, 크기는 참새보다 큰 새도 앉아 있길래 찍었는데, 왜 그 사진은 핸폰에 저장이 안 되어 있는 건지. ㅜ


사진 하나 더 올리려고요.
한라봉은 아니고, 천혜향도 아닌 것도 같은 커다란 감귤 두 개예요.
까서 먹다 말고 이 사진 찍은 얘기를 해 드릴게요.

할머니 천사며칠 전, 남한 산성엘 갔더랍니다.
삼 년 전, 몸이 많이 아프고 축이 났을 때, 세상에 먹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던 때였는데,
남편 차 타고 바람이나 쐬자고 갔던 남한 산성에서
버섯이 잔뜩 들어간 돌솥 비빔밥이 술술 넘어가더라고요.
그 이후로 남한 산성 그 집에 자주 가곤 했었어요. 한 이 년을... 그 집 밥을 먹곤 했었죠.

그렇게 자주 가게 되었던 남한 산성에, 지금도 가끔 가곤 한답니다.
며칠 전 갔던 음식점은, 그 돌솥밥 집은 아니고 한정식을 하는 다른 집이었는데,
비싸지 않은 가격에 푸짐한 도토리무침, 부침개, 황태 혹은 명태 양념 구이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 꽤 여러 번 갔던 곳이에요.

그날도 점심을 먹고 나오려는데,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분이 빠르게 나오시길래
닫던 유리문을 도로 열어 드렸어요.
그런데, 순간 저쪽에서 주인 아저씨가 뭔가를 손에 든 팔을 높이 들고 저를 향해 흔들면서 오시더라고요. 제 핸드폰이었어요. ^^
감사하다고 인사하는데, 할머니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서서 지켜보시더라고요.

그러고는 밖으로 나왔는데, 아까 그 할머니가 저를 따라 나오시면서 부르시는 거예요.
돌아봤더니 양 손에 저 큰 감귤을 하나씩 들고 제게 주시는 거예요.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랍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더군요. 구십은 넘어 보이는, 허리 굽은 할머니께 무언가를 받으려니까……. 그런데, 안 받을 수도 없어서 일단 인사를 하고 받았더니, "맛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먹으라."시며 뒤로 돌아서 다시 음식점으로 들어가시더라고요. 

잠시 후 남편에게 보여주며 할머니 얘기를 했더니, 남편 말이, 갈 때마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계시는 분이라는 거예요. 
또 놀랐죠. 그 맛깔스런 음식들을 다 그 할머니가 하고 계셨다니... 놀랍기도 하고, 또 마음이 좀 이상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주인 아저씨와 핸드폰을 주고받을 때 지켜보던 할머니의 모습으로 유추해 보건대, 
음식점의 주인이 할머니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인 아저씨는 할머니의 아들이고, 또 물론, 주인 아저씨의 아내되는 분은 며느리이고요. 

어떻게 생각하면 그 연세 되시는 할머니가 노동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안타깝게 여겨야 할 것도 같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만큼 능력이 있으신 거고, 본인이 보람을 느끼실 거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단지 허리가 굽으셔서 좀 마음이 아플 뿐.. 

이런저런 생각 속에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하나 껍질을 벗겨서 먹는데, 얼마나 시원하고 달콤한지. 
새삼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내게는 할머니가 '천사'처럼 느껴진다는 거였어요. 할머니 천사 ^^
왜 그러냐면, 그날 제가 몸도 마음도 좀 많이 힘든 상태였거든요. 마무리해 보겠다고 무리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그런데, 할머니가 손에 들려준 그 감귤 두 개로 인해 
제 힘든 몸과 마음이 단숨에 세상 따뜻하고 행복한 빛으로 가득 차는 거 같은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께도, 할머니 천사를 보내셔서 제게 위안과 힘을 주신 하나님께도 감사했답니다. 

진짜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려니.... 어색하고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난감하네요. 
아컴을 접고 떠나면서 글로 약속했던 거.... 생전 써 본 적도 없는 소설을 완성한다고 지금껏... 몇 년인가요... 7년이 넘지 않았을까 싶네요...  소설식 문장에만 매달려 있다 보니 ㅜ 

지금도... 바람 쐬는 기분으로 들어와서 글 하나 써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