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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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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아래 울고 있는 나에게


BY 김효숙 2007-05-10

하루일과를 끝내고 돌아오는 시간 밤 열시

늦은 손님이 있어 난 혼자 버스를 타고 오고싶었다

하루종일 남편과 있노라면 가끔은 고즈넉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이다

피곤해 조금만 기다리면 함께 올수 있음에도

터덜터덜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는다

그냥 혼자 오고 싶어서이다

요즘처럼 맘이  아파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을만큼

외롭고 힘든 나날들......

버스를 타고 내리지  앉고 끝없이 이 밤 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가고 싶어도  갈수 없는 아내란 이름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밤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본다

경희대병원 앞을 지나는데 길가에 보리가 활짝 피었다

어릴적에 보고는 처음 보는 보리가 너무 곱고 이쁘게 보였다.

내릴까 말까 망설이다 도저히 걸을수 없어 버스안에서만 바라보았다.

집 앞에 내리면  꽃내음들이 가득하다

오래된 아파트라 나무들도 무성하고 꽃들도 많다.

집 앞에 다다라 느티나무 아래 세개의 벤취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별들도 보이지 않는다

엄마별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별은 보이지 않는다

눈울 감고 앉았다

뒷동산에서 들려오는 소쩍새소리가 갑자기 울고 싶은 나의 마음을

드디어 울려놓았다

흑흑.. 엄마가 보고싶다

이렇게 힘들땐 그리운 엄마가 보고싶다

눈감고 소쩍새 소리를 들으니

어릴적 서울간 엄마를 기다리며 뒷동산 소나무에서 울어대던

소쩍새 소리가 무서워 호청이불 뒤집어 쓰고 눈을 꼭 감고 잠을 청하던 생각이 났다

그렇게 착하고 얌전하던 소녀였는데

지금은 어른이 되어 이렇게 바보가 되어 엄마가 보고싶어 울고 있네

세상 그어디에도 엄마만큼 그리운이가 있을까

엄마만큼 기대고 싶은이가 있을까

난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엄마..

이밤 이 딸이 가여워 한 마리 소쩍새로 날 찾아 오셨나요

이밤 이딸이 가여워 내가 가장 가까운 뒷동산으로 한마리 소쩍새로 날 위로하러 오셨나요

엄마하고 이야기 하다 난 한없이 울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흉을 보거나 말거나 훌쩍훌쩍 울었다

엄마.

너무 힘들어요 너무 아파요

세상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빚진자가 되어서는 안되는데

엄마 저를 도와주세요

엄마는 하늘나라 하나님 가까이에 계시니까 저를 도와주세요.. 하고 기도를 드렸다

밤공기가 차다

그토록 좋아하는 꽃들이 날 바라보아도 가슴이 따스해 지지 않는다.

한시간을 넘게 벤취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자전거소리가 내 앞에 멎는다

엄마 ! 막내녀석이다

어제도 여기 있더니

오늘도 엄마가 여기 앉아 있을것만 같더랜다.

엄마 ! 이거 받아요

아들손에 들려진 것은

아까 버스타고 오다가 보고싶던 보리싹 열개피

빨간 연상홍 꽃가지 세가지

연분홍 라일락 꽃 두가지

그리고 하얀 돌사과 꽃...

울다가 아들이 내민 꽃다발에 눈물 닦고 받아든 난

아들에게 들켜버린 눈물도 지워버리고 웃었다

아들은 울다만 엄마를 그러려니 하고 바라본다

엄마 ! 들어가자..

왠 꽃을 꺾어 왔니.. 했더니

응..

내가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데 보리싹이 날 꺾어다가 효숙씨 갖다 주라고 해서

꺾어 왔다고 한다

녀석 ! 꼭  엄마 맘을 닮았다

아들과 집으로 들어와 하얀 유리병에 담아 내 방에 갖다 놓고

아들방에서 컴을 하는데...

아들은 내방에서 꽃을 들고 컴하는 책상 옆에 놓아준다

엄마 !

이꽃 바라보며 컴해 ? 응

라일락 향기가 가득하다.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 라일락 향기가 잠재운다

울어도 해결될수 없는 일들이....

아들이 전해준 꽃다발로 해결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나라에 계신 울엄마는

오늘밤도 뒷동산 소쩍새로

우리 막내아들 맘으로 찾아오셔서.. 엄마 꽃다발 꺾어다 주어라.

그럼 웃을거야. 이쁜 내 외손자야. 하고  부탁하셨나보다.

 

오늘밤엔 엄마가 입으시던 하얀 스웨터를 꼭 안고 자야겠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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